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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보안등급 부산항 가출 중학생에 뚫렸다

최고 보안등급 부산항 가출 중학생에 뚫렸다

김정한 기자
입력 2015-07-28 18:10
업데이트 2015-07-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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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행 몰래 승선… 출항 후 발각

 최상 보안 등급 ‘가’급 국가시설인 부산항이 가출한 중학생에게 뚫렸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산항에 잠입해 일본행 국제여객선에 몰래 승선한 김모(15)군을 밀항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7일 오후 1시쯤 경북 경산의 한 중학교 방학식을 마친 뒤 열차를 타고 무작정 부산에 내려왔다. 학년 초 성적표를 위조했다가 발각된 적이 있는 데다 성적도 저조한 게 고민이 돼 가출한 것이다.

 김군은 섬으로 가려고 했으나 표 살 돈이 없자 몰래 배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김군은 오후 9시쯤 어둠을 틈타 부산세관 뒤편 컨테이너 야적장에 잠입했다. 체격이 왜소한 탓에 철문 아래 30㎝ 틈을 쉽게 통과했다. 세관 주차장을 지난 김군은 국립부산검역소 입구 1.7m 높이의 펜스를 뛰어넘었고, 출입국관리사무소 뒤편 1m짜리 난간도 넘어 부두에 들어갔다. 선박과 연결된 갱웨이(선박에서 터미널까지 승객 이동 길)에 잠입한 뒤 2.7m 높이 펜스도 넘어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2만t급 선박에 들어가 화장실에 숨었다.

 하지만 오후 9시쯤 출항할 예정이던 여객선이 기상 악화로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화물만 실은 채 18일 오전 3시쯤 일본으로 떠났다. 이를 몰랐던 김군은 갑판 위로 나왔다가 시모노세키항 입항 직전인 오전 7시쯤 선원에게 발각됐다. 김군은 19일 오전 7시쯤 이 선박이 부산항에 돌아온 뒤 경찰에 넘겨졌다.

 김군은 안내책자를 보고서야 일본행 여객선이란 사실을 알고 체류경비로 쓸 생각에 카페에 있던 8만 2000원을 훔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군은 “그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배에 올라탔고, 해외로 향하는 여객선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부산항보안공사 근무자를 상대로 근무 태만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 부산항보안공사는 지난 20일 보안대책회의를 열어 당시 보안 담당자를 징계하고 보안등, 철조망 등을 추가 설치하는 등 뒤늦은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5-07-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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