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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정신질환자 급증하는데… 돈 안되는 폐쇄병동 줄어든다

급성 정신질환자 급증하는데… 돈 안되는 폐쇄병동 줄어든다

이성원 기자
입력 2015-07-15 23:06
업데이트 2015-07-1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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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시술 없어 병원 수익 저하 이유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27·여)씨는 지난 5월 극심한 직장 내 따돌림을 경험했다. 다소 퉁명스럽게 들리는 말투가 동료들의 미움을 샀다. 한 달 전 부임한 직속 상사에게서는 괴롭힘까지 당했다. 김씨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결국 서울 강서구에 있는 종합병원을 찾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이 아닌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다. 자살 가능성 때문에 집중 치료를 할 수 있는 폐쇄병동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폐쇄병동은 이미 만원이었다. 인근의 다른 종합병원은 아예 폐쇄병동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있어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릴없이 김씨는 가족의 24시간 간호를 받으며 3일이 지난 후에야 폐쇄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

●대학병원 침상수 1439개… 5년새 24.5% 감소

정신질환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자살이나 폭력 충동을 느끼는 급성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폐쇄병동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대형병원들이 폐쇄병동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54개 대형병원을 직접 조사해 서울신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원들의 전체 폐쇄병동 침상 수는 올 6월 기준 1439개로 2010년 1906개보다 24.5% 감소했다. 5년 새 전체의 4분의1이 없어진 것이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정신질환자는 2010년 175만 6022명에서 지난해 200만 7160명으로 14.3% 증가했다.

폐쇄병동이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크거나,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동을 말한다. 약물 중독으로 의식이 혼탁한 경우, 자살 충동이나 폭력성이 심해진 경우, 전두엽 손상으로 인격 변화를 보이는 기질성뇌증후군 환자 등이 주요 대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54개 대형병원을 직접 조사해 서울신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원들의 전체 폐쇄병동 침상 수는 올 6월 기준 1439개로 2010년 1906개보다 24.5% 감소했다. 5년 새 전체의 4분의1이 없어진 것이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정신질환자는 2010년 175만 6022명에서 지난해 200만 7160명으로 14.3% 증가했다.

●진료 환자는 작년 200만여명… 4년새 14.3% ↑

병원들이 폐쇄병동을 줄이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는 심층치료(45분 이상 소요)를 진행해도 한 환자당(정액) 3만 1292원만 받을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기계적 시술도 거의 없어 다른 과보다 병원 수익 기여도가 확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석정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정신 치료비에 부과되던 선택 진료비도 모두 축소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국내 대학부속병원으로 독립 운영되던 정신과 전문병원은 작년까지 모두 운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폐쇄병동의 감소는 급성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조울증 등 재발하면 과격한 행동이 동반될 수 있는 정신질환의 경우 더욱 그렇다. 폐쇄병동을 찾아 병원들을 전전하다 보면 주치의가 바뀌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정신질환 치료는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하지만, 새로운 주치의는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홍석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격성을 드러내는 정신질환자가 일반 병동에 입원하면 다른 환자와 의료진, 병원 방문객의 안전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원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료기관 평가에도 상급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설치가 기본 요구 사항에서 빠져 있는 만큼 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폐쇄병동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수가 보전책을 마련해야 하며, 종합병원 인증 기준에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07-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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