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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베트남 껴안기’…中견제 ‘전략적 협력축’ 만드나

오바마 ‘베트남 껴안기’…中견제 ‘전략적 협력축’ 만드나

입력 2015-07-08 08:52
업데이트 2015-07-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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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협상·남중국해 공동대응 통해 양국협력 ‘질적 제고’인도, 말련, 필리핀, 베트남 등 이어지는 대중 포위구도 주목

“양국의 힘든 역사가 경제·안보적 이해에 터 잡은 건설적 관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장 중요한 것은 적에서 친구로 변모한 겁니다.”(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7일(이하 현지시간) 낮 미국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쫑 서기장이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은 그 자체로 양국관계의 혁명적 변화를 상징해주고 있다.

당장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를 방문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려니와,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악관의 심장부인 대통령 집무실을 예방한 것은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인물을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공간에서 만나준다는 것은 전례없는 의전이라는 게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그만큼 백악관이 쫑 서기장이 베트남 정치권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이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베트남에서 쫑 기서장은 권력서열 1위로서 당은 물론 정부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릉 행사하는 최고 실력자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이 ‘실질적 정상회담’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이자 미국·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수교 20주년을 맞아 성사된 쫑 서기장의 방미는 양국 관계가 ‘내실’을 갖추는 쪽으로 가고있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과거 전쟁을 치른 당사자로서 상징적으로 ‘화해’하는 차원을 넘어, 경제와 안보면에서 실질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현재 12개국이 참가한 다자 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은 양국 경제협력을 질적으로 제고시키는 키워드다.

TPP를 집권2기 역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동남아 신흥시장인 베트남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베트남으로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내 거대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협력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중요한 고리다. 인공섬을 건설해가며 남중국해에서 패권 확장을 기도하는 중국이 양국에게는 사실 ‘공공의 적’이 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으로서는 최근 중국이 인근 영해에 석유시추 작업을 재개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국은 2003년부터 해상 불법행위 단속을 명분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협력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쫑 서기장의 이번 회동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양국의 공동 대응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의 이 같은 경제·안보협력은 미국이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모색하는 대(對) 중국 견제 구도의 구축이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자 기사에서 “사이공이 함락된 지 40년이 흐른 후,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어려운 베트남과의 관계를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TPP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항하는 성격을 갖는데다가, 안보협력은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일본으로 이어지는 대 중국 군사적 포위전선을 보다 촘촘히 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베트남으로서는 이웃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가져가는 것을 꺼리는데다가, 미국으로서도 중국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데 따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패권확장 견제라는 공통분모를 놓고는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쫑 서기장의 방문 초청을 수락해 올 하반기 안에 베트남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적이었던 양국이 지역현안을 놓고 협력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외교적 어젠다로 표방해온 오바마 정부로서는 한·중·일이라는 동북아 삼국에 이어 서남아의 인도, 동남아의 양대 패권국인 말레이시아와 베트남과의 결속을 확고히 함으로써 정책적 성과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과의 관계진전에는 걸림돌도 있다. 후진적인 인권관행과 종교·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회 내에서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6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낸데 이어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뉴저지)를 비롯한 하원의원 9명이 언론인들과 정치범들, 인권 운동가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권력의 이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권과 자유 문제에서 선선히 물러설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쫑 서기장에게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고 밝히면서도 “인권이나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 입장차가 존재한다”고 인정해야만 했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베트남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인해 수감돼있다.

근래 들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한 쿠바는 국교정상화 선언에 앞서 5년간 국제개발처(USAID) 하청업자였던 앨런 그로스를 석방하면서 유화적 몸짓을 보였고, 미얀마 역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 방문에 앞서 수십여명의 정치범들을 일제히 석방해줬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방문에 앞서 ‘성의’를 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쫑 서기장의 방미는 베트남이 미국식 가치와 제도에 대한 “베트남 권력 내부의 마지막 실질적 저항이 사라지고 있는 신호”(마빈 오트 윌슨센터 연구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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