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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금메달이 毒

AG 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금메달이 毒

입력 2015-06-30 19:05
업데이트 2015-06-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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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영웅의 고독사…독이 된 금메달

불구가 된 몸으로 월 50여만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만 생활해 오던 왕년의 역도 스타 선수가 쓸쓸하게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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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역도 스타 김병찬씨 연합뉴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역도 스타 김병찬씨
연합뉴스


30일 강원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 20분쯤 춘천 후평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역도 스타 김병찬(46)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 김모씨는 경찰에서 “거의 매일 저녁에 김씨의 집을 방문하는데 당시에도 가 보니 김씨가 작은방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 출전, 이형근(인천아시아게임 역도 총감독)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역도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1991년과 1992년 연이어 출전한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각 3관왕,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용상)과 동메달(합계) 등을 휩쓸었다.

그런 그에게 불운이 찾아온 것은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역도계를 떠나 소식을 끊었다. 이후 변변한 직업이나 수입도 없었던 김씨는 월 52만 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어머니와 함께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김씨를 보살피던 어머니도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김씨는 혈혈단신이 됐고 생계는 더 어려워졌다.

김씨가 받는 연금이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49만 9288원)보다 3만원가량 많다 보니 최저생계비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월 10만원 안팎의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이웃 주민 김씨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한 금메달리스트가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의 메달리스트 연금 규정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100만원, 은메달 75만원, 동메달 52만 5000원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 보장이 되지만 아시안게임 메달은 연금 점수가 상대적으로 ‘박하게’ 매겨진다. 최소 20점을 넘어야 하며 10점당 15만원씩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에게 주어지는 박한 연금은 이달 초 경찰청의 무도 경찰관 특채에 유도와 태권도 메달리스트 출신이 대거 지원한 배경이 됐다. 당시 경쟁률은 9.8대1이나 됐다. 베이징올림픽 유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아시안게임을 2연패한 정경미와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황희태 등이 경관으로 임용됐다. 김씨처럼 최소한의 생계수단조차 없는 메달리스트에게는 예외 조항을 두어 연금 외에도 최저생계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김씨의 사연이 안타깝긴 하지만 규정에 따른 것이고 다른 메달리스트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 규정을 손볼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도 “여론이 그런 쪽으로 움직인다면 검토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서울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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