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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지키는 국가…기본부터 세우자] (5)시민의식이 답이다

[국민 지키는 국가…기본부터 세우자] (5)시민의식이 답이다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15-06-26 00:00
업데이트 2015-06-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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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안 밝히고, 통제 벗어나고, 감염자 냉대… 불신의 부메랑

국내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25일까지 확진자 180명, 사망자 29명의 희생이 발생했지만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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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임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2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기부자들이 낸 기부금으로 구입한 지원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임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2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기부자들이 낸 기부금으로 구입한 지원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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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판과 무지에서 확산된 메르스 사태는 정보 비밀주의 행태, 정부·병원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과 이기주의가 결합되면서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정부의 철저한 방역 체계 구축 못지않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메르스 극복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메르스 확산 과정을 보면 ‘묻지마 식’ 병원 쇼핑이 이뤄졌고, 일부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동선과 접촉자 정보를 밝히지 않으면서 혼선이 생기고 방역 허점도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번째 환자부터 이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는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경유해 입국한 지 7일 만인 지난달 11일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였다. 그가 확진 판정까지 거쳐 간 병원은 충남아산서울의원, 평택성모병원 입원, 365서울열린의원, 삼성서울병원 등 4곳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방문했던 중동 경유지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확진 판정을 받고 이틀 만인 지난 9일 숨진 76번째 환자는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삼성서울병원에 간 적이 있느냐’는 의료진 질문에 “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를 통해 10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메르스가 병원 간 전파로만 확산됐기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 방문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기만 했어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병원 쇼핑’과 문진에 정확하게 대답하지 않는 현상을 꼭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낮은 의료비에 따른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환자와 의사 간 신뢰 관계 부족, 대형 병원 선호 경향 등이 합산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승관 아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신뢰를 줘야 개인이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율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기관,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크다 보니 환자들이 병원을 옮겨다니면서 메르스가 확산된 측면이 있다”며 “이참에 의료 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일수록 정확한 정보만을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이 조직적인 대응을 하긴 어렵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는 부정확한 정보에 동요하지 말고 전문가 집단의 발표 등 믿을 만한 정보를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총 1만 5000여명에 달했던 자가 격리 대상자 중 일부 일탈 행동은 심리적 공포와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자택 격리된 50대 여성이 지방에서 골프를 치는가 하면, 버젓이 외출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현재까지 격리를 이탈하거나 거부한 사람들을 찾아, 보건당국이나 가족에게 신병을 인계한 사례는 80건에 이른다. 거주지를 무단이탈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가 5건이고, 스스로를 메르스 환자로 허위 신고해 즉결심판에 회부된 경우가 7건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이 적용된 사례도 8건이다.

전문가들은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비판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염병 자체에 대한 위험성과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중보건과 관련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다 전염병 자체에 대한 무지도 작용했다”면서 “공중보건에 관한 국민 인식과 이해를 끌어올리는 정부의 정보 전달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환자들이 자기 통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감염자나 감염 의심자에게 무관심하거나 차별 대우했던 우리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 인식도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우리 사회를 보면 개인의 권리를 앞세우고 옹호하는 개인주의는 강하지만, 개인 간의 윤리 의식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6-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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