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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환자가 우리동네 사람?”… 메르스보다 빨리 번지는 공포

“첫 환자가 우리동네 사람?”… 메르스보다 빨리 번지는 공포

입력 2015-05-28 19:02
업데이트 2015-05-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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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감… 인터넷선 병원리스트 돌아

초등학생 큰딸(8)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작은딸(4)을 둔 ‘워킹맘’ 김모(35)씨는 아침마다 걱정이 많다. 김씨가 사는 동네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감염자가 늘어나면서부터 엄마들끼리 모이기만 하면 메르스 얘기를 한다”며 “소문이 사실이라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감염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염력이 낮은 질병이라는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환자가 28일까지 7명으로 늘어나면서 ‘메르스 공포’가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길 꺼리거나 중동 국가로의 여행을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면역력 약한 어린아이를 둔 가정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이모(33·여)씨는 “지인들과 함께 문화센터에 등록해 아이들 강좌를 들으려고 했는데, 우리 동네가 메르스 발병 지역이라는 얘기가 돈다”며 “남편이 하지 말라고 해서 등록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메르스 발병 지역과 환자 입원 병원 등 정보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지역맘’ 카페들에서는 ‘병원 리스트’가 공공연히 나돌며 “가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첫 메르스 환자의 의료진과 옆 병실 환자까지 감염됐으면 정부에서 어느 병원인지 알려 못 가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근처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학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해 직접 해당 병원 관계자에게 전화해 확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동 국가로의 출장이나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도 불안에 떨고 있다. 인터넷 관련 커뮤니티에는 출장·여행 계획 수정을 고민 중이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카페 ‘두아여’(두바이 그리고 아부다비로의 여행)에 “보름 후면 출국인데, 한참 여행 준비에 들떠야 할 시기에 메르스 얘기로 뒤숭숭하다. 중동 지역이 워낙 언론 탄압이 심해 사건·사고가 잘 보도되지 않는다는데 현지 상황 좀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동 지역 항공사를 예약한 사람들도 걱정이 많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강모(29·여)씨는 “신혼여행을 스페인으로 가는데 비행기 편으로 중동 항공사를 예약해 놨다”며 “메르스 때문에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메르스 공포를 확산시키는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메르스를 전파성이 낮은 질병이라고 얘기했다가 3차 감염자로 의심되는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국민들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며 “감염 경로나 거쳐 간 지역 등을 명확히 밝히고 중동 지역으로의 입·출국 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람들의 공포를 해소시키기 위한 보건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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