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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절밥/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절밥/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05-26 00:16
업데이트 2015-05-2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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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출근하느라 절에 가지 못하니 뭔가 빠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절에 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절밥을 먹지 못해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절밥이라야 석가탄신일처럼 붐비는 날에는 식은 밥에 서너 가지 나물과 열무김치뿐이지만, 참기름 한 방울의 사치가 없어도 고추장 반 숟갈을 덜어 비비고 있으면 벌써 군침이 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종종 절에 갔다. 산 중턱에 있는 절은 차에서 내려서도 한참이나 걸어 올라가야 했다.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이었으니, 싫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은근히 절에 가는 날을 기다렸다. 불교가 무엇이고 절이 어떤 곳인지를 이해했을 턱이 없다. 다만 공양주 보살이 차려 낸 절밥이 아이 입맛까지 사로잡을 만큼 맛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의 뇌리에 절이란 곧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었다.

TV를 켜면 어렵지 않게 사찰 음식을 다룬 프로그램과 만난다. 하지만 갈수록 정갈하고 맛깔스런 사찰 음식 이야기보다는 소박한 것을 넘어 거친 비빔밥이나 국수 한 그릇이나마 차별 없이 공양하는 산중 사찰의 스토리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그게 부처님 뜻에도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5-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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