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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봉변의 정치학

김무성, 봉변의 정치학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5-05-24 23:30
업데이트 2015-05-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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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세례·독설 ‘망신’ 당해도… 지지층 결집·여론 동정 ‘반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물세례’와 ‘독설’의 희생양이 됐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수모를 당했으니 그의 체면도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망신의 아이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봉변도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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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세례 받은 김무성
물세례 받은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모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도중 이들의 행사 참석에 반대하는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물세례를 맞고 있다.

김해 연합뉴스


●‘봉변=거물’ 김무성 정치적 위상 높아져

김 대표가 봉변을 당했다는 사실은 뒤집어 보면 그의 정치적 체급과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과거 정치인을 겨냥한 달걀, 밀가루 투척이 대부분 상징성이 큰 거물급 인사들에게 집중돼 왔다는 점에서다. 즉, 이번 봉변도 그가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물론 김 대표는 최근 “대권은 하늘이 주시는 것인데 저는 대권 자격이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그의 광주, 봉하마을 방문이 대권을 염두에 둔 통합의 행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정치인의 봉변은 지지층의 결집은 물론 비지지층의 동정론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는’ 정치 행위로도 인식된다. 일종의 ‘측은지심’을 이용한 여론전이라는 해석이다. 2012년 대선 후보 토론회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로부터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는 등의 힐난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후보의 ‘독설’은 오히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여 주는 결과를 낳았다. 김 대표 역시 이번에 수모를 당하고도 공식 반응을 자제하며 가해자 측을 자극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선 봉변을 통해 ‘대인배’의 모습을 보이려는 김 대표의 의중도 일부 엿보인다.

●정치인들 문전박대 알면서도 동정 노려 강행

특히 정치인들은 ‘정적(政敵)의 공간’을 찾을 때 문전박대당할 것을 알면서도 일정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면박당하는 장면’ 역시 동정 여론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24일 “현장에서의 각종 돌발 상황들은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봉변을 예상하고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장 속으로 뛰어드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고시촌 타운홀미팅과 한양대 특강 등에서 시위대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았을 때 “산전수전 다 겪어서 (그런 봉변)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5-05-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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