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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골적이고 화끈하게…하지만 음탕하진 않아요”

“더 노골적이고 화끈하게…하지만 음탕하진 않아요”

김승훈 기자
입력 2015-05-05 17:50
업데이트 2015-05-0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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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禁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장승역 우지용·나윤영 인터뷰

“변강쇠와 옹녀가 사랑 놀음(?)을 하는구나. 아이고~장승 팔자 딱해라. 장승들도 그런 거 할 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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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막을 올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화끈한 장승 역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국립창극단 배우 우지용(왼쪽)·나윤영. 이들은 “우리 판소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제대로 되살린 작품”이라며 “유머와 해학 속에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지난 1일 막을 올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화끈한 장승 역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국립창극단 배우 우지용(왼쪽)·나윤영. 이들은 “우리 판소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제대로 되살린 작품”이라며 “유머와 해학 속에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마을지킴이 장승들이 공연계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 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다. 화끈한 연기와 위트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함양장승 역의 우지용(48)과 청석골여장승 역의 나윤영(47)을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18금(禁) 창극의 역사를 연 작품이다. 지난해 6월 초연됐다. 보통 일주일 남짓 공연하던 창극의 틀을 깨고 26일이라는 최장 기간 공연 기록도 세웠다. 연말엔 창극 최초로 ‘차범석 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까지 수상했다. 내년 4월엔 프랑스 3대 공연장 중 하나인 ‘테아트르 드 라 빌’ 무대에도 오른다.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 타령’을 현대적인 감각의 희곡으로 각색, 색골남녀 이야기로 저평가된 작품을 인간미 넘치는 사랑 이야기로 바꿨다.

우지용·나윤영은 “사랑 이야기에 금기의 성(性)이 아니라 재미있는 성 이야기를 더했다”며 “장승들은 옹녀와 변강쇠를 돋보이게 하면서 주요 사건도 이끌어 가고 성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낸다”고 소개했다.

극 중엔 10명의 장승이 나온다. 팔도장승과 이들 장승의 대장인 대방장승, 대방여장승이다. 함양장승은 극 전개의 열쇠를 쥐고 있다. 변강쇠가 나무하러 갔다가 함양장승을 뽑아 집으로 가져와 도끼로 쪼개 불에 태운다. 분기탱천한 팔도장승들은 변강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갖 병을 다 불어넣는다. 변강쇠는 장승들의 벌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보다 더 화끈한 장승들의 연기와 해학이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작년 초연 땐 쑥스러워서 성적인 이야기를 절반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요. 재연하는 지금은 확실히 감을 잡았죠. 추하지 않은 선에서 더 위트 있게 더 노골적으로 연기합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빵빵 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나윤영) “지난해엔 너무 부끄러워서 옹녀와의 사랑 놀음을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확 달라졌어요. 결코 선정적이거나 야하지 않게, 더 재미있게 18금 연기를 합니다.”(우지용)

군더더기를 다 뺀 점도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불필요한 대사와 장면을 과감하게 정리, 공연 시간도 10~15분 정도 줄여 더 밀도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노래도 한층 더 흥겹게 재정비했다.

극 중 원산과 강경 지역을 무대로 창극단 배우 20여명이 무대에 올라 펼치는 단체 장면이 백미다. 우지용은 “아주 경쾌하고 흥이 절로 나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며 “노래도 원산·강경 지역 민요 특색을 살려 만들었다”고 했다. 팔도장승들이 변강쇠를 끌어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병을 집어넣는 장면도 볼만하다. 우지용은 1996년 창극단에 입단, 어린이 창극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나윤영은 1991년 입단, ‘이생규장전’ ‘우루왕’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둘은 “시종일관 유쾌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단 장면이든 개인 장면이든 완벽한 팀워크로 서로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돌아갑니다.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끝날 거예요. 빵빵 터지며 웃다 보면 훌쩍 시간이 흘러가 있을 겁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5-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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