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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폭동’ 수습와중 메릴랜드 주지사부부 ‘국제시장’ 관람

‘볼티모어 폭동’ 수습와중 메릴랜드 주지사부부 ‘국제시장’ 관람

입력 2015-05-05 11:13
업데이트 2015-05-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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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고마움 잊지않아”…메릴랜드 주의회서 첫 영화 상영회 주지사 “폭동사태 평온 되찾아”…한인 상점 60여곳 피해 추계

“저는 참전용사 여러분을 위해 울보(a crying boy)가 되렵니다. 여러분도 비록 강인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서 울고 싶다면 실컷 우십시오.”

볼티모어 폭동사태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5일(현지시간) 오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부부가 주도 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상원 건물을 찾았다. 주 정부 차원에서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와 이후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온 이산가족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 상영회를 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호건 주지사와 한국계 퍼스트레이디인 유미 여사는 영화 상영에 앞서 관람객으로 참석한 100여명의 한·미 참전용사들에게 고개부터 숙였다. 한국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에는 참전용사들의 값진 희생이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게 이들 부부의 믿음이었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오늘 여기에 와있는 참전용사들에게 엄청난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지금 누리는 자유가 당신들의 희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나라들이 참전용사들의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한국은 결코 고마움을 잊지 않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호건 주지사는 그러면서 “이 영화는 너무나 슬픈 영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들었다”며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서 눈이 촉촉하지 않은 분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말대로 영화 상영 내내 관람석 곳곳에서 훌쩍이거나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한국의 초고속 성장 이면에 도사린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고통, 그리고 한국인 개개인이 견뎌내야 했던 고단한 삶의 여정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한국계 유미 여사를 퍼스트 레이디로 둔 호건 주지사로서도 미처 알 길이 없었던 한국 성장신화의 ‘속살’을 들여다보면서 놀라움과 감동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볼티모어 폭동사태를 수습하느라 일찍 자리를 뜬 호건 주지사가 ‘시간을 쪼개’ 영화 상영회를 개최한 것은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함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주 상원 건물을 영화 상영회 장소로 개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바로 유미 여사의 적극적 권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화 내내 울어 눈이 벌개진 유미 여사는 상영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전쟁을 겪으면서 가난했던 시대를 살았던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관저에서 쌀로 밥을 지어먹는데, 나는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 바로 어머니의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미 여사는 이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항상 미국 군인들의 희생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었다”며 “이런 가르침이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영회에는 폭동사태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볼티모어를 다녀온 안호영 주미대사도 참석했다.

안 대사는 “미국의 위대함 중 하나가 미국 전반에 내재된 인도주의적 가치”라며 “영화 첫 부분에 등장하는 흥남철수 작전을 보면, 당시 에드워드 아몬드 장군의 인도주의적 결단이 있었기에 10만명의 피란민 철수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상영회에 앞서 이병희 미국 동부 재향군인회장은 호건 주지사에게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 금메달을 수여했다.

한편 호건 주지사는 볼티모어 폭동사태와 관련해 “지난주는 고통과 악몽의 한주였지만 이제 평온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 1일 볼티모어시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있었다”며 “상점들은 약탈되고 집들은 불태워졌다. 무려 200개의 상점이 피해를 봤는데 이중 절반이 한국 상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인인 유미 여사가 위기의 와중에서도 (한인들을 위해) 두차례 대책회의를 열었고 현장에서 상점주인들을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소개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호건 주지사 부부는 5일 오후 경향가든교회에서 한인 피해대책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안 대사는 이날 오후 볼티모어 노던 애비뉴에 위치한 한인 피해대책위원회 사무시를 방문했다. 안대사는 한인 상점 60여곳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한인단체와 협의해 필요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호건 주지사 부부는 오는 26일께 4박5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대통령 예방과 경제인 면담 등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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