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5천 관객 빗속에서 떼창…”다시 만나요” 한국말로 작별인사

“렛잇비 렛잇비 위스퍼 워즈 오브 위즈덤 렛잇비”(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웃 데어’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2015.5.2<br>현대카드 제공


2일 밤 서울 잠실 한복판에선 라디오에서나 들었던 목소리로 비틀스의 노래 ‘렛잇비’(Let it be)가 흘러나왔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73)의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 내한공연에서였다.

익숙한 ‘렛잇비’ 음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여 무언가에 홀린 듯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렛잇비’의 전주가 흘러나온 것은 공연이 2시간 정도 지나 흥이 오를 만큼 올랐을 때였다.

이날 저녁 8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설치된 무대에 오른 폴 매카트니는 공연 내내 비틀스의 전설이 현재 진형형임을 확인시켰다.

폴 매카트니는 무대 양옆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 자신의 과거 사진과 히트곡이 주마등처럼 흐르다가 갑자기 화면이 정지되며 기타 이미지가 비치는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선택한 첫 곡 비틀스 4집 앨범에 수록된 ‘에잇 데이즈 어 위크’(Eight days a week)였다. 최근 투어에서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와 함께 오프닝곡으로 즐겨 선택하는 곡이다.

그는 다음 곡 ‘세이브 어스’(Save us)까지 마친 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평소 해외 공연에서 그 나라 말로 인사하는 예의를 잊지 않는 그는 모니터에 곁눈질하면서 “한국 와서 좋아요. 드디어!”라고 말하며 자신도 한국 팬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했음을 고백했다.

”오늘 신나게 즐겨봅시다. 한번 놀아볼까요?”라며 공연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그는 비틀스 시절 히트곡부터 1970년 비틀스 해체 뒤 윙스와 솔로로 활동하던 때의 곡까지 골고루 마치 음악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냈다.

그는 친절하게 매 곡을 부르기 전 곡에 숨겨진 사연도 들려줬다.

비틀스 시절 곡 ‘페이퍼백 라이터’(Paperback writer)를 부르기 전에는 기타를 가리키며 “1960년대 녹음할 때 실제 사용한 바로 그 기타다”라고 말했으며 ‘마이 밸런타인’(My valentine)을 부르면서는 “낸시(현 부인)를 위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존 레넌과 린다 매카트니도 언급했다.

그는 “린다를 위한 노래”라면서 첫 부인 린다 매카트니가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Maybe I’m amazed)를 부르며 옛 추억에 잠겼다.

팬들도 그의 추억 여행에 동행하듯 몸을 좌우로 흔들며 곡에 빠져들었다.

그는 이 노래를 마친 뒤 팬들을 가리켜 “판타스틱! 대박!”이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머리 위로 보여줬다. 일흔을 넘긴 거장의 재미있는 한국어 표현에 관객석 곳곳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존 레넌을 위한 추모곡 ‘히어 투데이’(Here Today)도 선보였다.

이어진 비틀스의 곡 ‘롱 앤드 와인딩 로드’(Long and Winding Road)에선 1층 관객석 전원이 붉은색 하트 그림이 새겨진 종이를 들어 무대를 향해 흔드는 장관이 연출됐다. 이 광경은 무대 뒤편 화면에 고스란히 상영됐다.

폴 매카트니는 예상치 못한 장면에 감동한 듯 피아노에 몸을 기대어 한참 관객석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투 굿, 투 그레이트”(Too Good, Too Great)라고 독백하듯 말했다.

그의 이런 반응은 몇 번 더 볼 수 있었다.

그가 “함께해요”라고 권한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에선 3층 관객까지 모두 일어나 손뼉 치고 따라부르며 마치 록스타의 공연장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점차 굵어지는 빗줄기에 굴하지 않고 이보다 뜨거울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로 급기야 그는 관객들을 가리켜 “코리아, 유 아 쿨”(Korea, You are cool)이라고 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대 위 아티스트와 무대 아래 관객 사이에선 마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번 공연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듯 때로는 양팔을 벌려, 때로는 가슴에 손을 얹어 자신의 공연을 오매불망 기다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국내 팬들도 공연 직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가 점차 굵은 빗줄기로 바뀌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상의 무대에 격렬한 반응으로 화답했다.

폴 매카트니와 관객 간 교감은 ‘렛잇비’ 무대에서 절정을 맞았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가 ‘렛잇비’의 전주를 연주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멈췄다. 그러고는 마치 약속한 듯 휴대전화의 라이트를 켜 무대를 향해 비추었다.

마지막곡 ‘헤이 주드’(Hey Jude)에선 오히려 한국 팬들의 반응에 폴 매카트니가 더 감격한듯했다.

관객들은 곡 시작부터 목청껏 따라부르며 ‘떼창’의 진수를 선보였으며 유명한 후렴구 ‘나나나 나나나 나~’가 나오자 이번엔 후렴구가 적힌 종이를 머리 위로 들어 흔들었다.

이 광경에 매카트니는 몇 차례나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세계 곳곳에서 공연하는 그지만 마치 이런 광경은 반응은 처음 본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는 관객석 곳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손으로 입맞춤을 날렸다.

또 두 손을 번쩍든 뒤 한손으로 자신의 심장 부근을 두드려 다시 한 번 감격을 표했다.

’예스터데이’(Yesterday)를 포함해 비틀스 곡 위주로 채운 앙코르 무대는 마치 또 다른 공연을 보는 듯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대형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드는 퍼포먼스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두차례의 앙코르 무대에서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 ‘골든 슬럼버스’(Golden Slumbers)까지 부르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다시 만나요”라는 약속의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서였다.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아시아지역 투어를 끝마친 그는 3일 출국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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