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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김용환 맞이하는 농협금융 표정 밝지만은 않은 까닭

[경제 블로그] 김용환 맞이하는 농협금융 표정 밝지만은 않은 까닭

이유미 기자
입력 2015-04-27 23:38
업데이트 2015-04-2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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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농협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자(CEO) 변수’가 최대 리스크라는 얘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한 예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2월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하며 조기에 물러났으니까요.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후임자가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입니다.

농협금융은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 전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취임식은 29일입니다. 지난달 16일 그가 최종 회장 후보에 오를 때만 해도 안팎의 기대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행시 23회) 출신인 데다 현장 경험도 있고 주위 신망도 두터웠으니까요.

그런데 새 회장을 맞는 농협금융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 정치권과 금융권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 신임 회장이 행장으로 있던 시절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에 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김 회장은 “심사를 거쳐 정상적으로 나간 대출이었다”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어떤 대가도 받은 게 없다”고 펄쩍 뜁니다. 다만,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김 회장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산 사태, 고객 정보 유출 등 대형 악재가 터질 때마다 연루돼 ‘노이로제 걸릴 지경’인 농협으로서는 그 어떠한 이미지 훼손 가능성도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립니다. 농협금융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겁니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가 독특합니다.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부보다는 외부 출신 CEO를 선호합니다. 농협중앙회(대주주)에 휘둘리지 않을 만한 ‘힘 있는 외부’ 말입니다. 그런데 바깥에서 온 수장은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외부 변수에 쉽게 노출됩니다. 그때마다 농협금융도 함께 출렁입니다. 2012년 3월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3년 2개월 동안 회장이 벌써 네 번이나 바뀐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일찌감치 자체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힘을 실어 줬더라면 ‘CEO 리스크’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성이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4-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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