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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참사 숨은 주범…돈 좇아 ‘인간거래’ 리비아 분파들

난민참사 숨은 주범…돈 좇아 ‘인간거래’ 리비아 분파들

입력 2015-04-21 16:40
업데이트 2015-04-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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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대·종족들 전쟁자금 마련 위해 앞다퉈 밀입국 알선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지중해 난민 사태는 리비아의 여러 분파들이 수익성 높은 밀입국 알선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게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9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난민선 침몰 사고는 리비아의 민병대와 여러 부족, 강도들에 의한 ‘인간 밀수’ 사업의 산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난민들을 허술한 배에 태워 죽음으로 몰아넣는 밀입국 알선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를 다짐했지만 근본적 대응이 없으면 땜질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붕괴된 리비아 경제와 내전 자금 마련을 위한 민병대와 종종들 간의 경쟁은 유럽 국가들의 밀입국 차단 노력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는 게 유럽과 리비아 관료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리비아 무장단체들은 내전으로 전쟁터가 된 조국을 등지고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온 유럽 이주 희망자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선전한다.

특히 리비아 법질서가 완전히 붕괴된 지금이 안전하게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일생에서 단 한 번뿐인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중점 홍보한다.

반 초국가적 조직범죄 글로벌계획(GIATOC) 대표 레이타노는 “인간 밀거래를 통한 돈벌이가 리비아와 사하라 주변 지역에 새로운 힘의 균형을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하라 지역 종족인 테부는 서아프리카 주민들을 4륜구동차로 니제르의 수도 아가데즈로 실어나르고 일주일에 6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이주자들을 다시 리비아 중부 사바를 거쳐 이탈리아와 몰타로 떠날 수 있는 리비아 북부까지 데려간다.

평소 서로 전쟁을 벌이는 종족들이 이주자 이송을 위해 손을 잡는 일도 종종 있다.

사바에서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리비아 정부와 동맹 관계인 테부 부족원들이 ‘인간 화물’을 트리폴리의 이슬람 반군 정부와 연계된 아랍 종족에게 데려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난민들은 다시 이슬람 민병대가 점령한 주와라, 자위야 같은 지중해 항구도시로 넘겨진다.

이들 종족의 활동을 추적해온 활동가 무스타파 오르한은 “예전에 상품 밀수입을 하던 테부 같은 부족들이 지금은 불법 이주민 거래시장의 지분을 놓고 다툰다”며 “난민들은 한 업자에서 다른 업자들에게 팔려간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혼란이 시작된 이후 석유나 식량 등 전통적 자원의 수익이 급감하면서 난민 거래가 고소득 사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난민이 몰리면서 지중해 국경을 넘는 일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신을 ‘이스마일’이라고 밝힌 난민은 최근 몇 주 동안 유럽행 배에 몸을 싣는 데 3번이나 실패했다.

좀 더 많은 돈을 치를 능력이 되고 아랍 알선업자들에게 차별받지 않는 시리아인의 경우 더 튼튼한 목선으로 지중해를 건넌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밀거래 알선 조직 단속에 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만 명을 검거했지만 대부분 잔챙이들이었다고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 대변인 에바 몬큐어가 전했다. 이탈리아도 100명가량 검거해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에서 재판에 세웠지만 판결이 확정된 사례는 없다.

밀거래 조직의 단속 실패는 난민들을 범죄자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안전하고 합법적 이주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연약한 이주민들에게 등을 돌리고 지중해를 거대한 공동묘지로 만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며 “이주민 거래는 이 끔찍한 상황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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