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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남기업에 거액 날린 금융권 책임도 가려야

[사설] 경남기업에 거액 날린 금융권 책임도 가려야

입력 2015-04-19 17:50
업데이트 2015-04-2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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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이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은 따로 있다고 본다. 금융권을 상대로 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와 그 과정에서의 불·탈법이다. 성 전 회장이 정치권과의 연줄 쌓기에 공을 들인 주된 배경도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의 기업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주된 로비 목표는 정치권이 아니라 금융권이었으며, 따라서 적지 않은 불법 로비가 금융권을 상대로 펼쳐졌을 것으로 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남기업의 채무는 무려 1조 3000억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이 520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1761억원), 산업은행(600억원), 농협은행(522억원), 국민은행(421억원), 우리은행(356억원)이 뒤를 잇는다. 법정관리 기업의 채권원금 회수율이 대개 2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은행은 무려 1조원 정도를 떼일 상황이다. 국민 세금이나 은행 고객들의 지갑으로 메워야 할 돈이 1조원에 이르는 셈인 것이다. 경남기업과 이들 금융사 간 거래의 적실 여부를 철저히 따져야 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떤 불·탈법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파헤쳐 민·형사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일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비망록’엔 비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무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2012년부터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2013년 10월을 전후로 집중적인 금융권 로비가 펼쳐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그가 만났다고 비망록에 기록된 금융권 수장만 해도 수두룩하다.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 김진수(당시 담당 국장) 전 금감원 부원장보, 김용환 당시 수출입은행장, 임종룡(당시 NH농협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이팔성 당시 우리은행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는 증언들은 당시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의 지위를 이용해 무담보 대출을 요구하거나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달라는 압력을 무차별적으로 가했다는 것 등이다.

그의 전방위 로비는 실제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로 이어졌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나 다름없는 경남기업에 신한은행은 3차 워크아웃 직전 900억원을 대출해 줬다.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채권단은 1000억원을 출자 전환하면서 주식을 할인 없이 액면가(5000원)에 받았을 뿐 아니라 무상감자(주식 소각)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영이 정상화할 경우 성 전 회장이 주식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줬다. 심지어 지난해 2월에는 채권단이 6300억원을 경남기업에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든든한 배경’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신한은행의 경남기업 실사 과정에서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성 전 회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반영하라고 요구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성완종 사건’의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에 대한 그의 금품 로비 너머로 자행된 불·탈법 금융거래의 추한 민낯과 관치금융의 적폐를 직시해야 한다.
2015-04-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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