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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지원 ‘원샷법’ 중견→대기업 토대 만들 듯

사업재편 지원 ‘원샷법’ 중견→대기업 토대 만들 듯

입력 2015-04-19 10:16
업데이트 2015-04-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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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가속화 예상…소수주주 권리 보호 쟁점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화하려는 ‘사업재편지원 특별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과 관련한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의 절차나 규제를 단일 특별법으로 묶어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여서 ‘원샷법’으로 불린다.

정부와 경제계는 원샷법 시행으로 중소·중견 기업들이 대기업의 사업을 인수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등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집단의 관심사인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업재편을 위한 M&A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등 원샷법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도 있다.

◇ 산업 경쟁력 제고와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유도

정부가 원샷법을 추진하는 배경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친화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제조업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유럽·중국·일본의 경제 둔화,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 등으로 수출 여건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 경쟁력위원회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를 2010년 세계 3위에서 2013년 5위, 2016년 6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M&A 등을 통해 관련 분야의 규모를 확대하고 다른 분야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M&A에는 세법, 공정거래법, 상법 등 여러 법의 규제가 적용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신속한 대처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따라 원샷법을 통해 사업재편을 위한 M&A로 인정되면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지원을 할 계획이다.

원샷법으로 기업 간 사업의 주고 받기가 이뤄지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실현할 수 있다.

기업은 비주력 분야를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 넘겨 부실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경영 활동을 좀더 편리하게 할 수 있다”고 원샷법의 기대 효과를 평가했다.

◇ 중소·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

원샷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힘을 모아 대기업의 특정 사업부문을 인수하거나 새 회사를 설립해 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원샷법이 도입되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며 종합 모바일 서비스 기업인 옐로모바일을 예로 들었다.

옐로모바일은 미국 벤처캐피털인 ‘포메이션8’로부터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평가와 함께 1억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2012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이 정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주식교환 방식의 M&A를 통한 사업재편이 자리잡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60여개의 벤처를 흡수해 쇼핑, 미디어, 콘텐츠, 여행, 광고, 마케팅 등 종합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재편은 기존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원샷법 건의문에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5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듀폰이나 GM, P&G 등은 끊임없는 사업 재편을 통해 100년이 넘게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99∼2008년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순위 변동을 분석한 결과, 500대 명단에 이름을 계속 올린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M&A 활용도가 3배 이상 높았다고 상의는 소개했다.

원샷법 도입은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KDB대우증권의 정대로 연구원은 “원샷법 도입 취지가 M&A를 통한 사업 재편 때 규제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지만 이를 전반적인 구조조정까지 폭 넓게 적용하면 기업 내 지배구조 개편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간 신규 순환출자와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 강화가 금지돼 있어 원샷법을 이용해 그룹 내 사업을 재편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전망이다.

원샷법이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어 현재까지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지 않은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정 연구원은 예상했다.

◇ 주식매수청구권 인정 문제 등 난제 풀어야

원샷법이 사업 재편을 겨냥한 M&A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소수주주 보호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수주주들은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에 반대할 때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이 장치가 사업 재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도하게 비싸게 사달라고 요구하면 M&A가 무산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이런 이유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원샷법에서 소수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어떻게 할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원샷법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해 주면 신속한 사업 재편 지원이라는 취지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청구권을 제한하면 명백하게 주주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침은 법안의 연구용역이 끝난 후 공청회와 부처 간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지만 정부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되 주식을 사줘야 하는 시기를 현재의 1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부동산 취득시의 중과세 제외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수도권으로의 이전을 쉽게 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에 민감한 여론을 이해시킬 논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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