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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시진핑, AIIB·일대일로 목표는 한 배 탄 아시아 번영의 바다로”

[글로벌 경제] “시진핑, AIIB·일대일로 목표는 한 배 탄 아시아 번영의 바다로”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03-31 17:56
업데이트 2015-03-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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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보 경제학자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교수 인터뷰

중국 경제가 변곡점에 서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8일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2020년까지 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며 중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구축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로 대표되는 중저속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징후도 곳곳에서 보인다. 서울신문은 지난 30일 중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를 찾아 중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30일 대학 집무실에서 ‘일대일로’ 건설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디플레 위기 등 중국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30일 대학 집무실에서 ‘일대일로’ 건설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디플레 위기 등 중국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건설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의도는 무엇인가.

-아시아를 한 배에 태우려는 것이다. 중국의 힘은 경제에서 나온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60%를 중국이 차지한다. 엄청난 돈을 풀어 공동 번영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패권적인 중화주의의 부활 아닌가.

-나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리라고 예상한다. 일대일로와 AIIB는 중국을 세계에 융합시킬 것이다. 당장 AIIB가 성공하려면 세계적인 규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 지도부가 중화주의를 염두에 뒀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중국은 각종 협약과 표준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세계 질서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국 사회의 민주화도 앞당길 것이다.

→AIIB가 미국 중심의 금융체제를 바꿀 만큼 강력한 것인가.

-현재 미국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를 떠받치는 기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무역기구(WTO)다. AIIB가 이들과 맞서려면 10년 혹은 20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시 주석의 강력한 통치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나.

-시 주석은 현재 강력한 리더십으로 철권통치만 하는 게 아니라 개혁까지 주도하고 있다. 철권통치만 한다면 파시스트의 길을 걸을 텐데 지금 중국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적절하게 발휘하고 있다. 관례로 굳어진 10년 집권의 틀을 깨고 15년 동안 집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로 잡았는데, 달성할 수 있다고 보나.

-중국의 경제 관련 수치는 별로 믿을 게 못 된다. 보통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는 발전(發電)량 증가량이 지난해 2%에 머물렀지만, 경제성장률은 7.4%로 발표됐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성장률 수치는 더더욱 의미가 없다.

→인민은행장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증가 상태로 디플레라고 보긴 어렵다. 3~6개월 뒤면 디플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디플레 전에 정부가 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와 같은 부양책을 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 경제의 뇌관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위기를 거론하지만 기업부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중국 기업의 부채 총계는 국내총생산(GDP)의 130%나 되는데, 이런 나라가 없다. 진작에 파산했어야 할 기업도 부채로 연명하고 있다. 경제가 둔화되면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이는 곧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이 중국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나.

-창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사상, 제도 등의 경직성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국유기업이 이미 대부분 영역을 장악해 혁신할 공간도 별로 없다. 중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3년에 불과하고, 90%의 기업은 돈세탁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구조다. 맹목적인 창업과 혁신은 또 다른 거품을 만든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4-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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