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이어 구찌·버버리 가격 할인
“가격 인하 상품들이 모두 품절됐어요. 4월 말이나 추가로 들어올 예정인데 그때 다시 문의해 주세요.”명품 업계에는 샤넬의 가격 인하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주요 제품의 국내 판매가를 최대 27% 내렸다. 대표적인 제품인 ‘까레라 1887 엘레강스’ 가격은 777만원에서 565만원으로 212만원 인하됐다. 구찌와 버버리 등은 면세점 5%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버버리의 ‘켄싱턴 미드 트렌치 코트’는 2078달러(약 229만원)에서 1974달러(약 217만원)로, 구찌의 ‘디스코백’은 1044달러(약 115만원)에서 992달러(약 109만원)로 각각 가격이 내려갔다.
명품 브랜드들이 값을 내리는 이유는 유로화 약세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이달 초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 명품 브랜드 상품 바이어는 “유로화 약세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지역별 가격차가 지나치게 커져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수입 명품 시계들은 스마트워치가 잇따라 출시되자 위기감을 느껴 가격을 내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화 약세는 명목일 뿐 직구나 원정쇼핑 등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국내 판매가를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면 문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명품 구입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제품 구매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면서 “명품 업체들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팔아도 장사를 잘했기 때문에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브랜들은 가격 조정 분위기에 끄덕도 하지 않고 있다. 프라다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도 최근 가격을 5% 추가 인상했다. 앞서 프라다는 지난 1월 일부 가방 제품 가격을 5%가량 올린 바 있다. 에르메스는 가격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2015-03-30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