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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보다 취업… 가속도 붙는 ‘이과 쏠림현상’

적성보다 취업… 가속도 붙는 ‘이과 쏠림현상’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03-30 00:02
업데이트 2015-03-3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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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선택 보니… 올 자연계 과탐 응시자 4.1%P ↑ , 공대 신입생도… 작년 새내기 4년 만에 10.3% 증가

진학과 취업 때문에 자연계열(이과)을 선택하는 고등학생이 늘고, 대학에서는 공과대 정원이 급증하고 있다.



29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고교 3월 학력평가 응시 현황에 따르면 고2 자연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이 전체의 44.8%로 지난해보다 4.1%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3 자연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도 39.6%로 지난해에 비해 0.3% 포인트 늘었다. 수학 때문에 주로 문과를 많이 선택했던 여학생들의 이과 지망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에서 고2 여학생 중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과학탐구 4과목 응시생은 모두 10만 9382명이었지만 올해는 11만 5740명으로 증가했다. 과학탐구 응시생의 98.8%가 2과목을 선택한 것에 비춰 볼 때 지난해에 비해 고2 여학생 중 이과 지망이 3000명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자연계 쏠림 현상은 일선 고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가락고, 부산 경남고 등은 올해 2학년 문과반을 한 학급 줄이고 대신 이과반을 늘렸다. 서울 숙명여고도 올해 고3 이과반을 작년보다 한 학급 늘려 6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능 수학 과목이 이과생들에게 유리해지는 것도 자연계 쏠림의 한 이유로 분석된다. 현재 고2가 치르게 될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생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의 출제 범위는 넓어지는 반면, 이과생의 수학 가형은 출제 범위가 줄어든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학 학습 부담까지 줄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열 진학과 맞물려 과학탐구 및 수학 가형 응시자(이과)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과대 정원도 대폭 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국내 대학의 학과 변천·모분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89곳의 공학계열 신입생 정원은 2010년 7만 7328명에서 지난해 8만 5319명으로 4년 만에 10.3% 늘었다. 반면 2010년 4만 7255명이던 인문계열은 지난해 4만 4463명으로 5.9% 줄었다. 이 같은 추세를 따라 2010학년도 33.0%였던 수능 과학탐구 선택(이과) 비율은 5년 사이 5.7% 포인트 늘어나 2015학년도에는 38.7%를 기록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왕준 경인교대 교수는 “2011년 교육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의 주요 지표로 취업률을 제시함에 따라 대학들이 취업에 유리한 공학계열 정원을 늘려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고교와 대학의 이공계열 쏠림 현상과 관련, 교육계에선 산업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과 학문 간 균형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취업률 만능주의가 고교에서 대학까지 폭넓게 나타나면서 이과로 떠밀려 간 학생들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3-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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