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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행방 묘연…그러나 불 타지 않은듯

‘훈민정음 상주본’ 행방 묘연…그러나 불 타지 않은듯

입력 2015-03-27 16:12
업데이트 2015-03-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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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검찰, 수년전 배씨 집 수색했을 때 이미 없었다

국보급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2008년 7월 세상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궁긍증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26일 이 책을 소유한 배모(52)씨 집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 구잠리에 있는 배씨 집은 화재로 모두 탔다. 집 안에 있던 골동품, 고서적도 함께 소실됐다.

행여 훈민정음 상주본이 타서 사라졌을까, 화재 사실을 아는 국민은 모두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 ‘타지 않았을 듯’…조심스런 추정

그러나 여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훈민정흠 상주본이 불에 탔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상주본의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소송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검찰이 배씨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또 법원이 배씨 집에 집행관을 통해 회수하려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었다.

여기에다 배씨가 상주본을 소유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도난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 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씨는 27일 연합뉴스 기자, 경찰과 만난 자리에서 “불에 탔으면 탔다고 얘기를 하겠느냐? 묻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화재가 난 직후인 26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방송사 기자들이 찾아와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본인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찾아와 작은방에서 영상을 찍었고 며칠 뒤 그 방에서 불이 난 점으로 미뤄 원격 조정에 의한 발화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탔다고 한들 내가 탔다고 할 것인가, 아닌들 아니라고 할 것인가. 하늘이 나만을 미워함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 상주본 주인은 국가다

문화재청은 27일 상주본의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다고 밝혔다.

배씨와 벌인 민사소송에서 이겨 소유권자로 확정된 조모(상주에서 골동품 거래업을 한 사람)씨가 숨지기 몇 달 전인 2012년 5월에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시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 권리만 국가로 넘겼다.

이 부분을 두고 상주본을 실제 소유한 배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억울하게 구속됐다”며 문화재청과 마찰을 빚어왔다. 상주본을 숨겨둔 채 자신의 억울함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가 뒤늦게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상주본의 재산적 가치…그리고 사라진 경위

상주본의 재산 가치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문화재 전문가들은 수백억원 이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과 같은 판본이면서 보존상태가 좋아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한자로 훈민정음의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풀이한 해례본은 예의(例義), 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등 3부분의 서른세 장으로 구성돼 있다.

상주본은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지만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간송본에 없는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대한 주석이 수록돼 있어 국보 지정본보다 오히려 학술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배씨는 2008년 7월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가 상주본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모(2012년 사망)씨가 배씨에게 상주본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져 소유권이 조씨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소송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상주본은 사라졌다.

배씨는 낱장으로 나눠 보관하고 있다는 말만 했을 뿐 더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년째 함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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