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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사업화를 고려한 기술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사업화를 고려한 기술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5-03-26 17:56
업데이트 2015-03-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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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에서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던 한식 세계화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으로 예산을 편성한 정부는 한식의 대표 주자로 떡볶이를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위해 떡볶이 연구소까지 설립했다. 그러나 떡볶이를 세계화하려는 지원 정책은 실패였다. 관련 전문가들은 실패의 주요 원인에 대해 외국 시장을 몰랐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외국인들의 입맛을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그들에게는 너무 매웠고, 끈적거리는 쌀밥을 싫어하는 그들에게는 떡을 씹을 때 입 안에서 달라붙는 것 같아 호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몇몇 외국인, 특히 이탈리아 사람의 경우 먹을 만하다고는 했는데 그렇다면 돈을 내고 사 먹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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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마디로 떡볶이의 세계화가 실패한 이유는 기획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떡볶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고, 우리가 좋아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사고가 잘못된 것이다. 떡볶이의 세계화 실패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누구든 많은 돈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기술개발로 얻게 될 제품이 판매될 수 있을 것인지, 즉 시장진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으로 투자규모 면에서의 기술혁신 역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세계 5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4.39%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에 대한 오랜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이 신기술 개발로 미국의 나스닥 시장 등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은 거의 접하기 어렵다. 물론 나스닥 시장 등에서의 대박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어쩌면 우리의 기술지원 정책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예산은 연평균 16% 이상 증가했고 중소기업 R&D 사업의 기술개발 성공률은 평균 93.1%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사업화 성공률은 평균 43.2%로 미국(70%), 영국(69%), 일본(54%) 등에 비해 낮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자금을 지원한 지식경제기술혁신사업 중에서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은 2937개로, 이 중 사업화에 성공한 과제는 42.0%인 1234개였다. 이 중에서 924개 과제에서만(전체의 31.5%) 매출 발생이나 비용절감 등의 경제적 성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한편 대학이나 연구원 등이 개발한 기술은 현존하는 기업으로 이전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창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창업 활동도 미약해 대학이나 연구기관당 기술창업 건수는 0.70건으로 미국(3.83건), 유럽연합(1.54건), 캐나다(1.36건)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성공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개발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시장 수요를 고려하고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시키려는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 기술지원 정책의 대부분은 R&D에 대한 투자, 즉 연구개발 단계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기획 단계에서 시장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좀 과하게 얘기하면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연구보다는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연구,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연구 또는 기획자(연구자)가 하고 싶어 하는 연구들이 많이 수행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떡볶이의 세계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정확한 시장 수요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떡볶이 연구소를 설립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그동안의 투입 위주 양적 정책으로부터 사업화를 고려한 기술개발 및 기술이전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기술개발의 경우 민간부문에서 수행하기 힘든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의 지원 규모나 구조를 볼 때 기획 단계에서 민간의 수요를 파악하고 개발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사업화와 연계하는 노력도 분명 필요한 것이다.
2015-03-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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