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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 닫고 눈감은 국가인권위 왜 필요한가

[사설] 입 닫고 눈감은 국가인권위 왜 필요한가

입력 2015-03-02 18:12
업데이트 2015-03-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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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 인권기구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정권을 바꿔 가며 예기치 않은 ‘장수’를 누리고 있는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 체제 이후 인권위는 퇴행을 거듭해 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인권기구를 대표하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다간 마침내 각종 투표권마저 빼앗기는 ‘3류 인권국’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인권위가 본분을 망각한 행위로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인권위가 유엔에 인권규약 이행실태 의견서(정보노트)를 내면서 초안에 있던 내용들을 대거 삭제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언론기관의 독립성 등 하나같이 민감한 쟁점들이다. 자국의 인권 상황을 유엔에 정확히 알리고 인권침해 문제를 예방하는 것은 인권위의 기본적인 직무에 속한다. 그럼에도 “마무리가 안 된 사안”이니 뭐니 하며 동에 닿지 않는 소리를 해명이라고 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인권위가 정부의 인권침해를 노골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충격적인 ‘윤일병 사건’ 때는 가혹 행위를 확인하고도 진정을 각하했다가 뒤늦게 직권조사에 나섰던 줏대 없는 인권위다. 이쯤 되면 인권위가 아니라 ‘인권말살방조위’라고 해도 반박할 말이 궁할 듯하다. 인권위는 정부에 대한 적절한 견제를 통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놓아야 마땅하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인권위는 상징적 장식물에 불과하다.

진정한 국민의 인권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 ‘존재감 제로’의 식물인권위를 이끌어 온 현 인권위원장부터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혁신의 단초를 삼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 초기 ‘반인권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은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국제사회에서 변론할 자신과 면목이 없다”며 인권위를 떠났다. 새겨들을 만하다. 현 위원장은 무슨 명분과 논거로 국제사회에 우리 인권퇴행 현실의 안과 밖을 설명할 것인가.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인권에 눈감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국격 훼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5-03-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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