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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크렘린궁 인근서 피살… 러 정국 암살설 회오리

‘푸틴 정적’ 크렘린궁 인근서 피살… 러 정국 암살설 회오리

김규환 기자
입력 2015-03-02 00:26
업데이트 2015-03-0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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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부총리 넴초프, 괴한들 총맞고 숨져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6) 전 부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피살돼 러시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배후가 누구냐를 두고 정국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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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 7만여명은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 넴초프 초상화를 들고 “나는 결코 두렵지 않다”는 구호를 외치며 그를 추모하는 행진을 벌였다. 연도에 있던 시민들도 “그는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산화했다”, “그는 러시아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현지 경찰은 시위 참여 인원을 1만6000명으로 추산했다.

앞서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밤 11시 40분쯤 여자 친구인 우크라이나 모델 안나 두리츠카야(25)와 함께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 위를 걷던 중 지나던 차 안의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내무부는 “괴한들이 흰색 승용차를 타고 넴초프에게 접근해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고 그중 4발이 그의 등에 맞아 즉사했으며 함께 있던 여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두리츠카야는 다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건을 청부 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며 “연방수사위원회와 연방보안국, 경찰청 등의 수장들이 직접 사건을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괴한이 이용한 차량은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지만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푸틴의 ‘정적’인 그의 살해 배후를 두고 갖가지 억측이 무성하다. 연방수사위는 사건의 가능한 몇 가지 동기들을 추적하고 있다. 우선 특정 세력이 러시아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자 저질렀을 가능성과 30살 연하의 우크라이나 여성과 동행했던 점을 부각해 넴초프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있다. 유대계인 그가 파리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비난한 데 분노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살해했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또 넴초프가 친서방 성향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권을 지지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세력이나 러시아 내 과격 민족주의 세력이 그를 응징하려 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증거 공개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수사위 대변인은 “국내 정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도발과 사업상 이권 분쟁, 개인적 원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사위가 넴초프 피살 사건의 배후가 크렘린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일부러 불식시키기 위해 이슬람 과격 세력을 내세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넴초프는 지난해 10월 주간지 소베세드니크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정권에 대한 반정부 행위로 인한 살해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야권은 사건을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드미트리 구트코프 야권 운동가는 “의심할 여지 없는 정치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야당인 야블로코당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당수도 “최악의 범죄”라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현 정권에 있다”고 비판했다.

넴초프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때인 1990년대 후반 부총리를 지냈다. 2000년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권위주의와 부패,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5-03-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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