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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회원국 간 피의자 체포영장제 도입해야”

“APEC 회원국 간 피의자 체포영장제 도입해야”

박록삼 기자
입력 2015-02-11 00:38
업데이트 2015-02-11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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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39년 외길’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

“현재의 국제형사사법공조 체제는 외교채널로 운영되면서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현대적인 시스템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 사이에 아·태 체포영장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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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열린 ‘심허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국제법 학술대회’에서 이 교수가 ‘약소국의 학문으로서의 국제법학’을 주제로 퇴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열린 ‘심허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국제법 학술대회’에서 이 교수가 ‘약소국의 학문으로서의 국제법학’을 주제로 퇴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열린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에서 문규석 외대 법학과 교수가 내놓은 제안이다. 문 교수는 “기존의 쌍방 가벌성의 원칙과 대륙법계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국민 불인도 원칙은 아·태 체포영장제도의 도입과 함께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방 가벌성의 원칙은 양국 국내법에 모두 위반되는 범죄는 인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으로, 한·미범죄인인도조약 등에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2013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여직원 성추행이 미국에서는 범죄에 해당되지만, 한국에서는 당시 친고죄였기 때문에 피해자의 직접 신고가 없는 한 범죄에 해당되지 않았다. 즉, 쌍방 가벌성이 없어 범죄인인도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례 중 하나다.

이날 학술대회는 39년 동안 국제법 연구에 매진한 이장희 외대 법학과 교수의 정년을 맞아 그의 후학들이 최근 한국사회를 둘러싼 국제법적 현안과 국제법적 논리 및 역사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 발표하는 성격의 자리를 가졌다.

국제법은 힘을 기반으로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태생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강대국이 주체가 되는 법체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이 교수는 고별 강연에서 “최근 국제법의 주체 개념이 국제기구, 비국가적 실체, 개인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우리는 힘의 외교가 아닌 평화의 외교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논리가 국제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정학적으로 안보외교가 절실하고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 통상외교가 필요한 만큼 국제법률전쟁에 항상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과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제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모르쇠하는 일본과, 소수의 양심적 일본인, 무관심한 서구, 연대의 대상인 동아시아국가들에 펼쳐온 민간 학문 외교의 집대성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역사학자 19명이 집단성명을 내고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며 한국 역사학계의 입장과 함께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간 성과물의 하나다.

이 밖에 이날 이동원 외대 법학과 교수는 ‘카이로 선언의 지도 원리와 한국의 영유권 고찰’을 주제로 하는 발표에서 독도 문제 및 각종 영유권 관련 다툼의 국제법리적 부당성을 논증했다. 이는 한국이 짊어지고 있는 중단기적 과제 중 하나다. 1943년 11월 27일 카이로선언은 ‘일본은 폭력과 탐욕에 의해 약취한 그 밖의 모든 영토로부터 축출될 것’이라는 일반 규정과 함께 ‘위의 3대국(미국, 영국, 중국)은 조선인민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 적당한 시기에 조선이 해방되고 독립하게 될 것을 결의했다’는 한국의 해방에 관한 특별 규정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다. 독도의 시마네현 영토 편입 행위가 불법이며 무효임을 입증하는 논리다.

이달 말 퇴임하는 이 교수는 39년 국제법 연구의 결과를 집대성한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을 펴냈다. 한국정전체제 종결과 평화체제 구축 방향, 북방한계선(NLL), 북핵실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19010년 일본의 강제병탄, 일제 강제징용 피해, 독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 한반도 안팎의 각종 국제현안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이 책은 ‘한반도와 국제법’의 총론이자 서문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전문적 각론서를 제자들과 협력해 계속 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 70년, 한일협정 50년을 맞아 퇴임하는 노 국제법학자의 충심은 이렇듯 현재진행형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5-02-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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