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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 대신 자부심 안고 왔다

우승컵 대신 자부심 안고 왔다

입력 2015-02-01 23:52
업데이트 2015-02-0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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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귀국 환영식…“최선 다하겠다는 약속 지켜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돼”

“우리 선수들이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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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을 일군 축구대표팀이 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진행된 귀국 환영식 도중 500여명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세 번째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이렇게 밝은 분위기는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하면서 엿 세례를 받았던 모습과 대조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5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을 일군 축구대표팀이 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진행된 귀국 환영식 도중 500여명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세 번째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이렇게 밝은 분위기는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지난해 6월 귀국하면서 엿 세례를 받았던 모습과 대조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은 1일 인천국제공항 밀레니엄 홀에서 진행된 대표팀 귀국 환영식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대회 전에 우승을 하겠다고 확신하는 약속을 드리지 않았다”면서 “대회를 치르면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선을 다해서 대한민국을 위해 힘쓰겠다는 점 한 가지는 약속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1-2로 아깝게 무릎을 꿇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가슴속 깊이 우러나서 할 말이 있다”며 미리 준비한 한국어 문구를 꺼내 한 자 한 자 힘주어 읽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숙원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변화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도전한 이번 아시안컵에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주는 데는 성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승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승 트로피만 갖고 가지 않을 뿐”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팀을 조련했다. 먼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선수들의 집중력을 이끌어 냈다. 그는 추상적인 수식어를 걷어 내는 대신 ‘높은 볼 점유율’이라는 눈에 보이는 지향점을 제시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선수들 또한 대회 기간 중 “패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실력과 전술적 적합성을 중시한 선수 기용도 대표팀 분위기를 새롭게 했다. 개인적인 친분과 선호도는 선발진 명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컨디션이 100%가 아닌 선수는 라인업에서 배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도 친한 선수,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 그러나 친분으로 선수를 뽑거나 기용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정협(상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대표팀에서 낯선 얼굴들을 중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결승전에서는 수비수 박주호(마인츠)를 왼쪽 윙으로 깜짝 기용했다. 이는 상대 호주를 분석해 내린 전술적인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위닝 멘털리티’(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를 끌어낸 것이 최대 성과다. “‘아시아 우물’을 벗어나겠다”는 새해 포부를 밝힌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경기를 통해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대표팀은 호주와의 결승 연장 후반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누구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바른 방향”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신을 잘 이어 가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정신력에 방점을 찍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5-02-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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