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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축구>’슈틸리케 자존심’ 이정협…동국·신욱 형 긴장하세요

<아시안컵축구>’슈틸리케 자존심’ 이정협…동국·신욱 형 긴장하세요

입력 2015-01-27 10:06
업데이트 2015-01-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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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특급 골잡이 기세…골 냄새 기막히게 잘 맡는 스트라이커

“이동국, 김신욱 형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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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결승 향한 첫 골 작렬
이정협, 결승 향한 첫 골 작렬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대 이라크 경기 전반 20분 한국의 이정협이 팀의 첫 골을 헤딩으로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이정협(24·상주 상무)이 지난 4일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인 사우디아라이바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털어놓은 소망이었다.

불과 6경기 만에 그 간절한 희망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정협은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데 이어 지난 17일 호주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3차전에서 2호골, 26일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3호골을 기록했다.

선발 출전 3경기를 포함해 A매치에 6차례 출전해 3골을 터뜨려 특급 골잡이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경기 건너 한 골씩 터뜨리는 무서운 초반 기세다.

국내 최고의 골잡이로 불리며 센추리클럽을 달성한 이동국(전북 현대)은 103차례 A매치에 출전해 33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은 29차례 A매치에 나와 이정협과 똑같은 3골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중량급 스트라이커인 박주영은 68경기 24골.

이정협은 상주 상무에서 벤치워머로 지내며 인지도가 ‘제로’에 가깝던 스트라이커다.

상주는 지난 시즌 국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다가 2부 리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구단이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은 작년 10월 22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FC서울과 상주의 FA(대한축구협회)컵 4강전을 지켜봤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보고 한국 축구를 파악하겠다는 일념으로 자동차로 세 시간이나 달려 지방까지 내려갔다.

수비수 차두리, 김주영 등 국가대표 전력이 있는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한 발걸음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경기는 예상대로 상주의 일방적 열세였으나 후반에 작은 이변이 불거졌다.

서울의 수비 조직력, 집중력이 급격히 흔들렸고 그 중심을 활동량이 많은 조커 이정협이 휘젓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움직임이 흥미로웠다”며 그 뒤로 네 차례나 더 이정협의 실전을 직간접적으로 관찰했다.

결국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아 아시안컵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 때문에 그간 대표팀에서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해온 해외파 스트라이커 박주영이 탈락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움직임을 자신의 감각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잣대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일각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언론과 팬의 구미에 맞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쇼맨십에 능하다는 냉소적 시선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실패할지도 모르는 모험이며 변화를 위한 도전”이라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정협에게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정협은 “호주에 온 뒤 개인 면담 때 감독님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터이니 너는 편하게 뛰기만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정협의 흥미로운 움직임은 골로 이어졌다.

그는 사우디전에서 김창수의 크로스에 달려들어 넘어지면서 골을 터뜨렸다.

이정협은 지난 17일 호주전에서도 이근호(엘 자이시)의 크로스에 쇄도해 넘어지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26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도 공중으로 튀어올라 김진수(호펜하임)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다.

골을 얻어먹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대 위험지역에서 위치를 기막히게 선정하는 공격수에게 ‘골냄새를 잘 맡는다’는 수식이 붙는다.

이정협은 “골 냄새를 잘 맡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크로스가 나를 자꾸 찾아왔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이정협이 자신이 골 냄새를 잘 맡는지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협은 호주전의 득점 움직임을 묻자 “크로스가 올 곳이 있다면 그 지점밖에 없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뛰어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주와의 3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이라크와의 준결승 등 A매치에서 세 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다.

정예 라인업의 주전 스트라이커로서 입지를 굳혀가며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 등 종전의 터줏대감들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이정협의 배번 18은 간판 스트라이커이던 황선홍이 대학생 시절이던 1988년 아시안컵 때 달고 한국을 결승으로 견인한 번호다.

그는 “번호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며 “박일기 팀장님(선수단 매니저)이 유니폼을 나눠줄 때 그냥 받아서 아무 것이나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선홍 대선배의 대를 잇는다는 평가는 아직 나에게 과분할 뿐”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그런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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