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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삼성의 ‘TV 플랫폼’ 패권 가능한가/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삼성의 ‘TV 플랫폼’ 패권 가능한가/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5-01-09 23:54
업데이트 2015-01-1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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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논설위원
정기홍 논설위원
삼성전자가 TV를 포함한 가전 중심의 플랫폼(장터)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5년 후에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았고, 관련 제품 ‘타이젠 TV’도 선보였다. TV에다 장(場)을 세워 바짝 다가선 사물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려는 포석이다. 타이젠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스마트폰에 있는 동영상 등을 TV 화면으로 옮길 수 있다.

삼성의 속내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해 TV 영역을 넘보는 애플과 구글을 더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모바일 웹 중심의 ‘구글·애플 진영’과 전통의 ‘TV 진영’ 간 싸움의 신호탄이다. 가전업체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와 퀄컴 등도 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기존의 인터넷 기반 플랫폼과는 다른,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려는 2차 플랫폼 전쟁이다. 그동안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져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의 권토중래(捲土重來)요, 가전 분야의 통신망 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하기 위한 결기다.

삼성은 하드웨어인 가전 분야의 절대강자지만 방송통신 융합 시장에서 킬러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터였다. 모바일 OS와 앱스토어(삼성앱스)를 만들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방송통신의 융합 생태계에서 일체형 TV의 변신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삼성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25%로 압도적인 1위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TV를 잇따라 내놓았고, 삼성은 안방을 내준 채 바라만 보는 처지였다. “삼성과 LG는 TV만 팔고 TV에 콘텐츠를 올리는 애플과 구글만 돈 번다”는 비야냥도 들었다. 애플 등이 플랫폼을 만들어 승승장구할 때 ‘바보상자’만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성의 TV 플랫폼 선언은 가전 다음을 사물인터넷으로 본 승부수다. 전자기기들에 센서와 인터넷 기능이 탑재돼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가전이 플랫폼 중심이 되고, 지금을 TV 플랫폼 투자 적기로 본 것이다.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을, 스마트폰이 사람과 사물을 연결시켰다면 사물인터넷은 사물과 사물까지도 소통케 하는 것이다. 옷과 시계, 벽, 거울, 침대 등 생활 도구가 인지 기능을 갖는 시대다.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2020년이면 300억개의 사물 기기가 온라인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전략은 실패를 최대한 줄이는 데 맞춘 것 같다. 타이젠을 가전제품에서 안착시킨 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확장 연결시키는 단계적 전략을 쓴 것이란 얘기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회에서 내놓은 퀀텀닷(양자점) 등 차세대 TV 시장을 지켜 가며 플랫폼을 공고히 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전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TV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차세대 기기의 라인업이 삼성만 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경쟁사인 LG전자가 구글 등과의 연합을 지향한 반면 삼성은 독자 OS 노선을 선언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여정이 만만해 보이는 건 아니다. 타이젠과 함께할 국내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급하다. 이는 양질 콘텐츠의 공급 문제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모으지 못하면 이전의 실패와 같은 길을 걷다가 그저그런 플랫폼으로 전락하고 만다. 삼성은 지금도 개방형 OS 시장에서 독자 노선을 걷지 못해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제휴,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다.

TV가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인지의 의문도 결론 짓기 쉽지 않다. TV 가전 중심의 플랫폼과 다르지만 구글과 애플마저 TV 플랫폼을 만든 뒤 실패해 철수했거나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은 특정 플랫폼의 통제권에 들어서면 자신의 콘텐츠 시장이 잠식된다는 것을 우려해 동참을 꺼리는 편이다. TV 플랫폼의 확장성을 확신하기 이르다는 말이다. 또한 앞서 있는 구글과 애플 플랫폼과의 경쟁도 큰 언덕이다. TV 플랫폼이 이러한 헤게모니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를 되묻게 된다. 그럼에도 TV를 플랫폼으로 뽑아든 삼성의 행보는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두뇌를 가진 TV가 사물인터넷의 중심에 선 것은 낯설지 않다. 타이젠의 행보와 성공 여부는 사뭇 흥밋거리다.

hong@seoul.co.kr
2015-01-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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