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의 최대 화두는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다.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이 나와 그 시절 그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모습에 방송 2회 시청률이 20%를 넘었다. 연말 가요제 및 시상식을 모두 누른 결과다. 터보, SES, 쿨, 지누션, 김현정, 소찬휘, 이정현, 엄정화, 김건모 등이 그 시절 노래를 부를 때마다 MC도 울고 시청자도 울었다. 1990년대에 활동했던 가요 매니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아 일부러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토토가’를 상시 콘서트로 기획하고 싶다는 공연 관계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노래는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가요가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1990년대와 달리 요즘은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력에 위축되면서 TV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1990년대에는 대중이 음악을 찾아 듣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TV를 통해 음악을 대중에게 떠먹여 주지 않으면 듣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중견 가수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지도를 유지하고 활동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발라드 가수 성시경은 ‘마녀사냥’, ‘비정상회담’ 등으로 3040 남성팬들에게까지 인지도를 높여 지난 연말 공연이 매진 사례를 이뤘다. ‘K팝 스타’, ‘SNL 코리아’ 등 TV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했던 유희열도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어 7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새 앨범의 성공을 거뒀다. 최근 티켓 판매에 다소 부진을 겪었던 이승환도 ‘히든 싱어’ 출연 이후 연말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수 윤종신은 예능 MC로 대중적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공연 활동을 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인디 가수들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한도전’은 홍대 뮤지션이었던 10㎝, 장미여관이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수 매니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TV 예능에 자사 가수와 노래를 알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 유명 가수의 매니저는 “‘슈퍼스타K’나 ‘K팝 스타’에 나오는 출연자가 소속 가수의 노래를 불러서 노래가 알려졌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면서 “가수가 TV에 많이 노출될 경우 대중에게 한 가지 이미지로 각인돼 실제 공연장에서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인디 뮤지션의 매니저는 “인기 예능에 깔리는 배경음악(BGM)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따로 소개하는 코너가 있을 정도로 효과가 높다. 예능 프로의 BGM팀을 접촉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소속 가수의 음악을 신청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신인 가수나 밴드 뮤지션에게 여전히 TV의 벽은 높다. 대중이 가요 소비에 수동적인 상황에서 이들의 음악이 알려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뮤직 레이블 산타뮤직의 이수근 대표는 “방송사 연말 가요제에서 아이돌 가수 중심의 비슷비슷한 장르만 들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음악의 다양성을 위해 인디나 밴드 음악을 고루 소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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