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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언론을 고민하는 2015년이 되기를/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언론을 고민하는 2015년이 되기를/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5-01-02 17:46
업데이트 2015-01-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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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자동차 앞유리창으로 설명하면 쉬울 듯하다. 언론 말이다. 운전할 때 앞유리창을 뚫어져라 보지만 사실 앞유리창을 보는 게 아니듯 사람들은 매일 언론 매체를 접하지만 이를 통해 세상을 볼 뿐 언론을 보진 않는다. 차창이야 있는 그대로 창밖을 보여 주니 문제 될 게 없다. 한데 언론은 다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세상을 다 담을 수도 없거니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뭔지 언론부터가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알려하지 않거나, 외면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현실은 그래서 실제 현실이 아니라 유사 현실이며, 우리가 안다고 믿는 진실은 언론이 전하는 ‘사실’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추정한 결론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린 차창 밖만 보려 할 뿐 차창을 보려 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각인될 2014년이 남긴 것들 중 하나는 ‘기레기’다.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단 하나의 생명도 건지지 못한 정부를 봤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언론을 봤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수천, 수만 개의 기사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쓰레기통에 그대로 처박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들임을, 아니 바로 처박아야 할 것들임을 새삼 알았고 분노했다. 기자들이 그저 정부나 수사 당국이 발표하는 내용을 아무런 사실 검증 없이 진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며 기자를, 언론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한데 거기서 멈췄다. 더러워진 차창을 새삼 깨닫고는 분노했으나, 왜 차창이 더러워졌는지 알려고도, 차창을 깨끗이 닦아 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진작 더러워진 차창을 여태 보지 못했던 내 자신도 새삼 보게 됐건만, 애먼 차창만 욕하고 말았다.

사실 ‘기레기’는 세월호 참사 때 비로소 나타난 게 아니다. 군사 정권 시절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에도 늘 존재했다. 인터넷 매체만 5000개가 넘는 지금은 또 다른 형태의 수많은 ‘기레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파적 이해에 매몰된 매체, 열악한 수익구조로 인해 값싼 자본에 쉽사리 휘둘리는 매체들이 저마다 자기 이익을 좇으며 현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한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모든 언론 매체가 통합을 외치지만 사실 365일 사회를 쪼개고 국론을 가르는 게 언론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120년여 동안 언론을 중요한 사회제도로 운영해 왔지만, 언론이 무엇인지, 언론의 핵심 기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정리하지 못했다. 그 결과 다른 부문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유독 언론은 국가적·사회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뒤처져 있다”는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의 통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말대로 이제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체계화해야 한다. 언론을 ‘기레기’라 비난하며 돌을 던지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 언론의 수준이 왜 지금 이 모양인지 냉철하게 따져 보고, 보다 성숙한 언론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펼쳐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라를 바꾸려면 언론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을 위해 올 한 해를 대한민국의 빈궁한 언론을 성숙한 언론으로 이끄는 원년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저널리즘을 창출하는 데 대한민국이 앞장설 것을 제안한다. 자기 독자들의 입맛만 보고 정파적인 왜곡 보도를 일삼거나 허접한 가십 기사로 ‘낚시질’하며 연명하는 언론이 아니라 수준 높은 콘텐츠로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을 높여 나가는 언론으로 키워 나가는 노력이 이제 범사회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방송 시장이 우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으니 이것부터 균형을 맞추자느니, 그래도 종이신문을 살려야 하니 공동배달제를 강화하자느니 하는 구태의연한 접근이 아니라 정보의 바다가 펼쳐진 뉴미디어 시대에 언론은 무엇이고,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언론을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50년, 100년 뒤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언론인과 언론학자, 언론단체는 물론 정부 유관기관까지도 참여하는 논의의 틀이 올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멍석을 깔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 여느 언론재단 구호로 끝낼 얘기가 아니다.



jade@seoul.co.kr
2015-01-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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