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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한 파업, 업무방해 아니다” 판결…검경 멘붕

“예측가능한 파업, 업무방해 아니다” 판결…검경 멘붕

입력 2014-12-22 17:17
업데이트 2014-12-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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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철도파업 핵심 간부에 “전격성 인정안돼” 무죄 선고

지난해 말 사상 최장 기간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전국철도노조 김명환(49) 전 위원장 등 핵심간부 4명 전원에 대해 법원이 22일 무죄를 선고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지난해 경찰이 당시 노조 지도부였던 김 전 위원장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 건물에 강제 진입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이었다.

하지만 핵심 간부 전원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당시 검찰·경찰이 단순 파업에 참여한 철도노조원들에 대해 무리한 형사처벌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전원 무죄’ 판결 배경은…”전격성 인정안돼”= 판결 요지는 파업의 목적 자체가 위법이라고 하더라도 ‘전격성’을 충족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전후사정과 경위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파업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됐을 때만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한 2011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이다.

재판 내내 검찰 측은 “비록 파업 일정이 예고되거나 알려지고 필수유지업무 근무 근로자가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필수공익사업을 경영하는 한국철도공사로서는 철도노조가 사용자(철도공사)에게 처분 권한이 없는 ‘불법 정치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며 전격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파업이 사전에 예고되고 노사 간 논의가 있었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일련의 절차를 거쳐 사용자(철도공사)에게 충분한 예측가능성과 대비가능성이 있었다”며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 형태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미 2011년부터 정부 차원의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파업에 돌입하기 전까지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대비책을 마련하고 언론에서도 수차례 보도됐다며 ‘업무방해가 아니다’라는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또 정치적 목적을 지닌 불법 파업이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이유가 노조원들의 근로 조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순 없다고도 판시했다.

◇ 검경 ‘당황’ 일색…”파업 대처 어떡하나” 우려도 = 무죄 선고 소식이 알려지자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경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지난해 파업이 사상 최장기간 진행된데다 당시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자료를 증거로 다량 제출했던 만큼 유죄 판결을 확신했었기 때문이다.

판결 직후 검찰은 취재진과의 접촉을 모두 끊은 채 내부적으로 긴급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판결문 검토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에서는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공공기관 노조의 대규모 파업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과 노동부와 협의를 거치고 새로운 판례에 따라 수사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판결문을 받아보고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창조 이용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단순 파업’에 대해 관행적으로 업무방해 혐의로 단죄했던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라며 “파업이라는 쟁의 행위가 헌법상 권리인 만큼 이를 보호하고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측면까지 고려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검찰에서 줄곧 주장한 ‘사용자에게 처분 권한이 없는 불법 파업’이라는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철도 민영화 반대라는 파업 이유가 노동조건과의 관련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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