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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국민은 한국과 손잡기를 원한다

쿠바 국민은 한국과 손잡기를 원한다

입력 2014-12-20 04:13
업데이트 2014-12-2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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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나 누군가가 중재하면 어떨까”라는 제안도

”이제 한국 차례 아닌가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국교 정상화를 발표한 이후 쿠바 수도 아바나 현지인들의 입에서는 한국 얘기가 많이 나온다.

18일 아바나에서 만난 시민은 대체로 한국과의 수교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아주 밝게 봤다.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가 쿠바 각계각층에 저변에 크게 확산 돼 있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쿠바는 세계 187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 이익대표부, 국제기구대표부 등 공관의 숫자가 150여 개다. 중남미 경제 대국인 브라질보다 많다.

쿠바의 미수교 국가 중 남은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이스라엘 정도다.

미국과는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고 내년 초 당장 대사관을 개설하면 한국과 이스라엘만 남게 된다.

하지만, 이스라엘도 외교관 1명이 이미 파견을 나와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외교관은 캐나다 공관에 소속돼 근무하고 있다.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의 외교관이 중립국 성격의 공관에 소속돼 주재하는 형식이다.

한국은 멕시코대사관에서 쿠바를 담당한다.

결국, 조그마한 섬나라 등을 제외한다면 쿠바에 외교관이 한 명도 주재하지 않은 나라는 이제 한국뿐이다.

다만, 한국은 코트라가 2005년 9월부터 아바나에 무역관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코트라가 영사 업무도 담당한다.

이날 밤 아바나 시내의 유명 대중식당인 팔렝케에서 만난 마리아(54)라는 중년 여성의 남편은 “교황이 미국과 수교를 중재했는데 한국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될까”라는 말을 했다.

우리 외교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국교 정상화 발표 이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념과 체제를 초월해 모든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 또는 협력 증진을 추구한다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동안 접촉도 해 왔고 문화 분야 등 교류도 많이 해 왔다”며 “형식주의보다는 내실을 기해 서로 편한 시기에 적절하게 하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쿠바 정부와 ‘접촉’ 수준이 아니라 수차례 수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한-셀락(CELAC, 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 외교장관회의에는 쿠바 외교부 차관보가 참석했다.

한국을 지금껏 방문한 쿠바 외교부 관리 중 가장 고위급이다.

이외에도 쿠바의 비정부기구인 호세마르티 문화원의 에라스모스 라스카노 수석 부원장은 문화 교류차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멕시코대사관은 쿠바와의 문화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작년 10월에는 호세마르티 문화원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됐고 앞서 같은해 2월 쿠바 국영방송 ‘카날 아바나’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 ‘내조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등이 방영됐다.

또 다른 드라마 ‘궁’은 방영이 종료됐고, ‘대장금’은 현재 방영 중이다.

쿠바문화예술사절단은 작년 8월 한국 각 도시에서 공연을 펼쳤고, 올해 4월에는 쿠바에서 한국어 능력시험이 최초로 실시됐다.

쿠바 현지의 청소년과 주부 등 여성층에서는 우리 드라마에 투영된 한국의 이미지를 동경한다.

작년 11월 ‘내조의 여왕’의 남자 주인공 윤상현이 아바나를 방문해 선풍을 불러일으켰는데, 사실 쿠바 여성 한류팬에게 ‘우상’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다.

극중 이름인 ‘구준표’가 더 유명하다.

한국을 모르는 쿠바인들은 한국이 아직도 북한과 비슷한 경제 수준이 아니냐라고 물어오는 사례도 많다고 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측은 말했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모습이 ‘정말일까?’ 하는 궁금증이 쿠바인들에게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한류에 푹 빠진 쿠바인들에게는 한국과 수교하면 한국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현재 쿠바인들은 한국에서 초청을 받아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최근 자비로 한국 여행을 하고 싶은데 비자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아바나 무역관으로 문의가 종종 온다고 한다.

이 또한 한류의 영향이 크다고 아바나 무역관은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쿠바 관광객은 연간 5천 명 수준이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가 되면 미국 교포 등 재외 국민을 포함한 한국인 방문객 수는 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바에 여행을 왔다가 여권을 잃어버려 택시를 타고 북한대사관으로 찾아가 귀찮게 하는 한국인이 앞으로 더 많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인 여행객이 코트라 무역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서 거기를 가자고 말했다 해도 택시기사가 무조건 북한대사관으로 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여권을 분실한 한국이 관광객 숫자가 적을 때 북한대사관에서는 친절하게 코트라 무역관을 찾아가라고 설명하다가 점점 많아지니까 종이에 주소만 써서 내민다고 한다.

쿠바는 어쨌든 문화적이고 인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과 많이 가까워졌고, 머지않아 외교 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쿠바의 독립인터넷매체인 쿠바넷은 작년 9월 ‘한류의 시각’이라는 칼럼에서 쿠바에서의 한국 드라마 인기와 쿠바 문화예술공연단 한국 방문 등 문화 교류 확대를 근거로 쿠바가 북한보다는 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칼럼에는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예측이 어려운 김일성 손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니지 않기로 했을지도 모른다”라는 말이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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