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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한 곳에만 간장 팔아라”… 샘표의 甲질

“지정한 곳에만 간장 팔아라”… 샘표의 甲질

입력 2014-12-12 00:00
업데이트 2014-12-1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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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특약점 가격 경쟁 차단

국내 간장 시장 점유율 1위인 샘표식품이 대리점과 특약점에 미리 지정해 준 거래처에만 제품을 팔도록 강요하는 등 ‘갑(甲)질’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점과 특약점이 가격 경쟁을 전혀 할 수 없어 애꿎은 소비자들만 간장을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샘표식품이 대리점과 특약점의 거래지역과 거래 상대방을 제한해 온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7억 63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샘표식품은 2008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96개 대리점과 139개 특약점에 11개 간장 제품을 팔면서 대리점의 영업구역을 지정해줬다. 대리점에는 자신의 구역 안에 있는 거래처에만 간장을 팔게 하고 구역 밖에 있는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는 물건을 전혀 대지 못하게 했다. 특약점에는 대리점 영업구역 안의 소매점과의 거래를 아예 금지시켰고 식당, 급식기관 등에만 납품하도록 강요했다.

샘표식품은 이런 거래 제한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를 ‘남매’(濫賣)라고 불렀다. 제품을 정해진 영업구역을 벗어나 판매했다는 의미로 관련 업계에서 덤핑, 무자료 거래 등과 같은 뜻으로 쓰는 은어다. 샘표식품은 남매관리 규정까지 만들었다. 이를 어긴 대리점에는 계약해지, 출고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엄포였다. 실제로 거래구역을 넘어선 대리점에 장려금 미지급, 변상, 목표·매출 이관 등의 불이익을 줬다.

샘표식품은 남매를 철저히 차단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은 대리점을 색출하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간장을 공장에서 출고할 때 낱병이나 포장박스에 일련번호를 붙이거나 비표를 표시해 어느 대리점으로 납품됐는지를 관리했다. 이후 수시로 창고관리 시스템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래지역을 넘은 제품의 판매경로를 추적, 감시했다.

강신민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간장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대리점 사이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컸다”면서 “앞으로 서민생활 밀접품목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 시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12-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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