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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해결할 과제 많아’리딩뱅크’ 되찾을 수 있나

KB금융 해결할 과제 많아’리딩뱅크’ 되찾을 수 있나

입력 2014-11-23 00:00
업데이트 2014-11-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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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꼴찌뱅크’ 수준으로 추락한 데는 그동안 수장을 맡았던 외부 출신 인사들의 경영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임직원들도 통합 이전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으로 나뉘어 파벌싸움을 벌이거나 책임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최초로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KB금융 안팎에서는 새 마음가짐으로 ‘리딩뱅크’ 위상을 찾아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다.

다만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업의 수익성 악화와 정보기술(IT) 발전에 금융환경의 변화,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알력 등은 윤 회장 체제가 놓인 여건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강점 분야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해외진출 내실 다지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주요 시중은행들이 국내 영업에만 치중하는 ‘우물 안 개구리’ 경영을 펼쳤지만, 그 중에서도 KB금융의 해외진출 성적표는 가장 초라한 수준이다.

해외법인, 지점, 사무소 등을 모두 합쳐 국민은행의 해외 영업망은 16곳에 불과해 신한(69곳), 우리(73곳) 등 경쟁은행 영업망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해외진출과 관련해 KB금융이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것은 무모하게 단행했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에서 비롯됐다.

국민은행은 2008년 강정원 전 행장 시절 당시 카자흐스탄 6위(자산 기준) 은행이던 BCC의 지분을 9천392억원에 사들였다가 세계경기 악화와 부동산 침체로 곧바로 4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더해 최근 도쿄지점 부당대출 비리가 드러나 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국내외로 은행 이미지가 크게 실추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BCC 투자실패 사례는 성급한 해외진출이 가져오는 파국의 전형적인 사례다”라며 “KB는 해외에서 사고가 많다 보니 해외진출 전략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진출 시도 시 조급해하지 말고 기본적인 역량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해외진출은 KB뿐만 아니라 국내 시중은행 모두가 경쟁력이 뒤처진 부분”이라며 “전문인력 확보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루기 어렵기에 멀리 보고 기본 역량부터 차분히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M&A 실패로 다각화 뒤처져…LIG손보 인수 윤 회장 첫 관문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종합 금융그룹으로서의 진용을 꾸리는 사이 KB금융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연신 고배를 들이켰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는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임영록 전 회장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기회를 농협금융지주에 내줬다.

최근 LIG손해보험 인수마저 금융당국과의 갈등으로 승인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신한·하나·농협금융 등이 굵직한 M&A를 통해 경쟁력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키워낸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현재 KB금융은 전체 자산규모 가운데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달할 정도로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전문가들은 KB금융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강점에 기반한 특화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KB는 전통적으로 소매금융 분야에서 강했다”며 “새로운 사업분야 인수·합병도 소매금융 분야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자산운용·증권업 분야의 계열사를 키우되 이전부터 잘 해왔던 소매금융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각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LIG손보 인수는 소매금융 강화 전략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KB금융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개선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으면서 LIG손보 인수 승인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KB 이사진들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표하면서 LIG손보 인수 승인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금융당국과의 갈등 해소와 LIG손보 인수 마무리는 윤 회장의 첫번째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점인 소매금융 특화만이 살 길…차별화된 서비스가 관건”

KB금융이 리딩뱅크로서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전통적인 강점 분야인 소매금융에서 확고한 입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점 수는 1천161개, 직원 수는 2만1천여명으로 소매금융 영업망 기준으로는 여전히 국내 최대 수준이다.

잇따른 경영혼란으로 지난 2분기(누계) 당기순이익(5천500억원)이 영업점 수가 절반 남짓에 불과한 하나은행(5천700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 분야에서는 저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소매금융에서 굳건한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영업전략으로 출혈경쟁을 펼쳐왔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시중은행들이 비슷한 방식의 영업을 펼치면서 소매금융의 여러 분야에서 아직도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자산관리나 노후대비와 관련한 금융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도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지 못하면서 은행간 치열한 경쟁에서 무기력하게 밀려났다는 설명이다.

9월말 기준 국민은행에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자산가 고객의 예금 총액은 2조9천억원으로, 하나(7조3천억원)·신한(5조2천억원)·우리(4조4천억원) 등 다른 4대 금융지주 은행에 크게 뒤진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국내 소매금융 시장은 이미 포화된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은행들이 비슷한 전략으로 경쟁해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용대출이나 소호(SOHO)대출만 보더라도 기존 대출관행에서 탈피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국내 소매금융 분야 최고 은행이라는 입지를 구축해야만 해외에 나가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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