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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서구, 동방의 모습은 상상 속 허구

13세기 서구, 동방의 모습은 상상 속 허구

입력 2014-11-22 00:00
업데이트 2014-11-2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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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더빌 여행기/존 맨더빌 지음/주나미 옮김/오롯/448쪽/2만 3000원

13세기 유럽인에게 ‘세계’란 자신이 살던 유럽과 종교적으로 대립관계에 있었던 이슬람 문화권이 거의 전부였다. 이를 벗어난 ‘동방’은 상상의 땅일 뿐이었다. 당연히 동방을 여행한 이들의 책은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맨더빌 여행기’다. 거의 모든 유럽어로 번역됐고, 저 유명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보다 네 배 가까운 필사본이 남아 있다니 당시 책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영국 세인트올번스의 기사라고 전해진다. 1322년 예루살렘 성지순례에 나서 34년이 지난 1356년에 돌아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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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장은 기독교 성지에 관한 이야기다.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이집트 등에서의 여정을 담고 있다. 뒷장은 성지 이외의 땅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됐다.

앞 장은 비교적 논리적이고 정확한 편이다. 한데 뒷장은 다르다. 온갖 희한한 내용들이 담겼다. 아시아 각국마다 금은보화가 넘쳐나고 이상한 종족과 놀라운 동물들이 곳곳에 살고 있다는 것쯤이야 유럽인들의 동방에 관한 막연한 상상이라 이해하고 넘어갈 만한 수준이다. 한데 몸은 사람이지만 얼굴은 개인 종족, 자신을 범하는 남자를 잡아먹도록 뱃속에 뱀을 가진 여자들, 외눈박이 거인, 거대한 외다리 종족, 아마조네스 왕국 등 온갖 기형과 기행의 이야기를 듣자면 저자가 실제 여행을 하고 책을 쓴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탓에 당시 백과사전에 나오는 황당한 내용을 베꼈다거나 실존하지 않은 허구의 인물이 쓴 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11-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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