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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합수단 출범…수십년 방산 적폐 뿌리뽑는다

매머드급 합수단 출범…수십년 방산 적폐 뿌리뽑는다

입력 2014-11-21 00:00
업데이트 2014-11-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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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방위산업비리 합동수사단이 공식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사정의 칼날이 군과 방위사업청, 방산업체 등에 휘몰아칠 예정이다.

합수단에는 검찰은 물론 군검찰과 경찰, 금감원, 국세청 등 국내 거의 모든 사정기관이 참여한다. 그동안 제각각 진행돼 온 방산비리 사정 역량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셈이다.

군사기밀을 방패로 군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방산비리를 뿌리뽑지 않고서는 안보에 뚫린 구멍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합수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합수단 수사가 어디서 시작될지, 칼끝이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군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군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 비리 못지않은 적폐를 찾아 엄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군피아’ 척결 목표 사상 최대 규모 합수단 출범 = 서울중앙지검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으로 출범한 합수단은 규모만 놓고 봐도 방산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합수단에는 국방부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각 분야 사정을 담당한 거의 모든 정부기관이 참여한다. 김기동(50·사법연수원 21기) 단장을 포함해 검사 18명, 군 검찰관 6명 등 모두 105명 규모로 꾸려졌다.

저축은행 비리의 발본색원에 나섰던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합수단의 규모가 80명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상 최대 규모다.

대검 중수부 인원이 한창때에 150명 정도였다는 점과 비교해도 방산비리합수단의 화력은 이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방산·군납 비리는 그동안 잡초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 안보 분야의 경쟁력을 갈아먹었다.

합수단은 기관별로 제각각 진행하던 감사 및 수사 만으로는 끝을 모를 정도로 터져 나오는 방산비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도려내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탄생했다.

그동안 방위사업 관련 감사는 감사원이, 군 인사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 검찰단이, 민간 방산업체 등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담당해왔다.

방산비리는 통상 군인과 민간인이 함께 연루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반 검찰과 군 검찰의 관할이 달라 정보공유나 수사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올해 국방부 검찰단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협조를 강화했지만,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서는 단순 정보공유를 떠나서 수사역량을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군사기밀과 군의 특수성을 내세운 국방부의 반발 등으로 합수단 출범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방산비리 척결을 주문하면서 걸림돌이 제거됐다.

◇ 방위사업 전반 수사…제2율곡비리 터지나 = 합수단은 이날 방위력 개선, 방위사업 육성, 군수품 조달 등 방위사업 전반에 관한 비리 수사가 자신들의 업무임을 명확히 했다.

방위력 개선사업이나 군수품 납품 계약업체 선정과정에서의 군사기밀 탐지 및 유출, 뇌물 수수, 시험성적서 위·변조, 퇴직 군인의 알선 및 민관유착 범행뿐만 아니라 업체 선정 후 원가자료 허위제출, 세금계산서나 수출입신고필증 위·변조, 편의대가 뇌물수수 등 거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진행 중인 통영함·소해함 건조사업비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적발한 해군 특수전용 고속단정 납품 비리 외에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방산비리 의혹만 31개 전력증강사업 47건에 달한다.

올해 문제점이 드러나거나 의혹이 불거진 사업은 통영함을 비롯한 K-11 복합소총과 한국형 구축함(KDX-1) 소프트웨어 불량, K-2 전차 대응파괴체계 미적용 등 7건이다.

방사청의 한해 조달계획이 10만여건에 달하는 만큼 수면 위로 드러난 방산비리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산비리는 예비역 장성과 국방부 퇴직 고위관료, 방사청 관리 등이 민간 방산업체와 결탁해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무기체계 원가를 턱없이 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현직 군 수뇌부나 방사청 및 정부 고위 관료 등이 개입해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수단 수사의 휘발성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군과 방사청 내부는 물론 민간 방산업체 주변에서도 합수단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합수단 수사가 율곡사업비리 못지않은 대규모 사정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은 1993년 철저한 베일에 가려진 채 은밀히 진행된 30조원 규모의 국가적 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해 35개 국방부 관련기관, 24개 방산업체, 10개 무역대리점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한 뒤 비리 혐의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 결과 이종구·이상훈 전 국방장관을 비롯, 김철우 전 해군총장, 한주석 전 공군총장 등 전직 군 최고위간부들이 방산업체 및 무기중개상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율곡비리 수사는 당시 접대성 뇌물수수 등의 비리 실체를 들춰내기는 했지만 군 무기체계 도입을 둘러싼 부정부패의 근원적 비리구조를 명백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합수단은 이같은 방산비리의 근원에 칼날을 들이대 수십년간 쌓여온 적폐를 뿌리뽑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철과 여러 국가기관에서 그동안 방위산업 비리를 꾸준히 단속해 왔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국가안보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서 “범정부적 수사역량을 총동원한 합수단 출범을 통해 고질적 적폐를 근절하고 제도개선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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