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與 의원,김부선 오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與 의원,김부선 오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입력 2014-10-28 00:00
업데이트 2014-10-28 13: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난방비 비리’ 참고인으로 출석…“난방투사로 불러달라”

국토교통부에 대한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27일 오후 3시 30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이 자리 잡은 본청 5층 복도가 갑자기 술렁였다. 오전 10시쯤부터 5시간여 동안 이어진 국감에 지쳐 복도 여기저기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던 피감 기관 직원들의 시선이 복도로 들어서는 한 중년 여성에게 일제히 쏠렸다. 국토위 국감의 난방비 비리 실태 참고인으로 출석한 영화배우 김부선(53)씨였다. 아이보리색 투피스 정장에 검은 구두를 신고 머리를 틀어 올린 모습의 김씨는 미소 띤 얼굴로 의원 및 피감 기관 관계자,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미지 확대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과 관련한 문서를 들고 증언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과 관련한 문서를 들고 증언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김씨는 출석을 요청한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과 인사한 뒤 잠시 질의 내용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멀리 위원장석에 앉아 있던 국토위 새누리당 간사 김성태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여러 증인, 참고인 중 김씨에게 가장 먼저 다가와 “오신다고 고생이 많으셨다”며 환한 얼굴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파트 난방비 비리 문제를 전면 이슈화해 네티즌들 사이에 ‘난방 열사’로 떠오른 김씨는 이날 국감에서 조리 있는 말솜씨와 해박한 난방비 관련 지식으로 의원들의 질의에 거침없이 답변했고,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질타성 발언을 불사했다. 발언 중 언론에서 주로 쓰는 용어를 술술 내뱉어 평소 시사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준비해 온 자료를 한 아름 책상 위에 꺼내 놓고 훑어보는 등 여느 정부 부처 장관 못지않은 자태를 과시했다. ‘국토위 위원들에게 드리는 말씀’, ‘옥수중앙하이츠 주민 대토론회 자료’, 아파트 관리 관련 자치구 공문 등 난방비 비리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김씨가 가져온 자료였다. 김씨는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10년을 기다리며 준비한 자료”라며 “많이 준비해 왔는데 오늘 다 못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에게 “자기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자기들이 할 일을 내가 한 거야”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기도 했다.

김씨는 답변하는 내내 좌중을 압도했다. 김씨는 우선 심경을 묻는 질문에 “난방비 피해를 입은 분들 때문에 관리비에 관심을 가진 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여야 의원들을 바로 앞에서 뵙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딸아이를 키우고 배우 생활을 30년 하면서 내 집 마련을 했는데,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첫해 겨울에 난방비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와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500여 가구 중 100군데 이상이 난방비를 안 낸다는 얘길 들었다”며 난방비 비리에 관심 갖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김씨는 “관리사무소에는 우리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볼 수조차 없다. 교도소보다 더 폐쇄적인 곳이 관리사무소”라며 폐쇄적인 아파트 관리 실태를 언급했다. 또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11년 동안 난방비 문제를 따져 보며 연예계를 떠날 생각, 심지어 조국을 떠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비 비리는 40여년 전 아파트가 생길 때부터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며 여러분(국회, 정부)들이 손을 놨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어딨고 사상과 이념이 어딨나. 집권당에서 반바지 입고 6월에 민생, 민생 하면서 한번 싹쓸이하지 않으셨나”라며 여야, 특히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김씨는 발언 중간중간에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들어 보이는 등 국회의원으로 여겨질 만큼 좌중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김씨는 김 의원이 “본인이 볼 때 성동구청, 입주자 대표, 관리사무소 간에 유착이 있다고 보나”라고 묻자 “상당한 가능성이 있지만 심증만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의식주 중 불량식품이 4대 악으로 들어가 있는데 주거 생활까지 5대 악으로 해서 발 빠르게 입법해 주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의 ‘4대악 척결 사업’을 들먹이기도 했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정말 쓴 만큼만 내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 한번만 더 머리를 맞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발언한 뒤 50분 만에 국감장을 떠났다. 국감장 밖에서 만난 김씨는 “감사하고 행복하다. 여야 의원들이 입법하기를 기다리겠다”며 “경제민주화가 정착되려면 난방비를 쓴 만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를 난방 열사라고 하는데 열사 대신 투사로 불러 달라. 열사는 죽은 분에게 쓰는 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주도 출신으로 22살에 영화계에 데뷔한 김씨는 지난 9월 이웃 주민과의 폭력 사태를 불사하며 아파트 일부 가구의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오는 난방비 비리를 폭로해 일약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했다. 일반인들도 체면 때문에 감히 제기를 못 하던 생활 비리를 대중의 시선이 조심스러울 법한 여배우가 ‘용감하게’ 파헤친 데 대해 네티즌들은 “정치인보다 낫다”며 열광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