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산업과 관련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터넷의 거버넌스와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글로벌한 환경에서의 인터넷 접근성과 관련한 권리 등과 같이 국제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는 역시나 이번에도 우리나라에서 먼저 제기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ICT를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중요성은 느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근 가장 국제적인 핫이슈는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을 비롯한 인터넷 정책과 관련한 것들이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인터넷 주소의 관리권한을 다자간 협력이 가능한 국제기구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6년간 인터넷의 주소는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인 아이칸(ICANN)을 통해서 관리돼 왔다. 이에 대해 ITU 회원국들의 입장은 대립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인터넷의 상업적 활용을 견제하기 위해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을 포함한 거버넌스를 유엔 산하기구인 ITU로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은 기존의 아이칸 체제를 확대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인터넷의 관리 권한을 국가들의 연합이 맡게 하느냐, 아니면 전통적인 민간의 연합체제에 맡기느냐를 말하는 것으로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인터넷은 본래 개별적인 네트워크가 엮어진 것이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었던 민간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라는 특징에 대해 최근 각국의 정보기관이 개입하고, 보안과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와 같은 문제, 그리고 각종 규제의 홍역을 앓으면서 인터넷의 혁신성이 사라지고, 결국 또 다른 국가주의와 빅 브라더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인터넷의 미래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의 혁신성, 규제현황 등을 보고 있으면 한심한 수준이다. 인터넷의 혁신성이 기존의 산업을 혁신하기는커녕 다양한 규제장벽과 알게 모르게 형성된 다양한 민관 카르텔에 의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토양이 돼 버렸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하며, 인터넷의 다양성을 지켜주기는커녕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리려고 급급하는 모양새다.
미래의 먹거리,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으로서 인터넷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제적인 활동에 힘을 보탠다거나 자유로운 인터넷의 역동성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선언과 의제를 내놓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 최소한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여러 전체주의적인 국가들의 발상에 맞장구만 치지 않아도 좋겠다. 자유가 넘치던 인터넷이라는 땅의 미래가 국가주의의 망령에 훼손될까 걱정이다.
2014-10-27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