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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나치 전범 수십명에 사회보장혜택 제공

미국 정부, 나치 전범 수십명에 사회보장혜택 제공

입력 2014-10-20 00:00
업데이트 2014-10-2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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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포기와 자진 출국 대가…적어도 38명 수혜

전직 나치 친위대원을 비롯한 나치 전쟁 범죄 용의자들이 미국 정부가 주는 사회보장 혜택을 누린 사실이 20일 (현지시간) 드러났다.

AP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미국 법무부 나치 전범 추적 전담반은 나치 전범 용의자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제 발로 미국을 떠나는 조건으로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했다.

1979년 이후 미국을 떠난 나치 전범 용의자 66명 가운데 38명이 이런 방식으로 사회보장 혜택을 계속 받았다.

사회보장국은 그러나 사회보장 혜택을 받은 나치 전범 또는 부역 용의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미국 사회보장 혜택을 받은 전범 용의자 중에는 유대인 수백만명이 학살된 강제노동수용소 무장 경비원, 폴란드에서 유대인 검거와 처형에 관여한 부역자, 노예 노동자를 연구에 활용한 로켓 과학자도 포함됐다.

게다가 아직 생존해 사회보장 혜택을 여전히 받는 나치 부역자도 적어도 4명이나 있다.

생존 수혜자 가운데 마르틴 하르트만과 야콥 덴징거는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비병이었다.

하르트만은 미국 국적이 박탈되기 직전인 2007년 애리조나주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살던 덴징거는 미국 국적 박탈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선 1989년 독일로 달아났다가 크로아티아에 정착했다.

크로아티아 오시예크에 사는 덴징거는 AP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덴징거의 아들은 아버지가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 나치 부역자 추적 전담반은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추방 재판을 피하면서 나치 부역자들을 미국 땅에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많이 쫓아내고자 이런 편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법무부의 이런 계획에 반대가 심했다.

국무부는 사회보장 혜택이 나치 부역자가 미국 국적을 내놓고 자진 출국하도록 유도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사회보장국도 1979년 사회보장 혜택을 이런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반발했고 외국 정부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스트리아 마우트하우젠 유대인 수용소 경비병이던 마르틴 바르테슈가 미국 국적 포기-자진 출국-사회보장 혜택 유지라는 방식으로 1987년 오스트리아로 건너온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1955년 미국에 이민을 갔던 루마니아 태생인 바르테슈는 졸지에 무국적자가 돼 오스트리아의 골칫거리가 됐지만 1989년 죽을 때까지 미국 사회보장 혜택을 받았다.

미국 정부 내외에서 반대에 부딪힌 이른바 ‘나치 전범 내다 버리기’ 프로그램은 중단됐지만 관련 법규의 허점은 여전하다.

연방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캐럴린 맬로니 위원(민주)은 “나치 전범들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회보장 혜택을 받았다니 분노를 금치 못한다”면서 관련 법규의 허점을 메우는 법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982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국무부 법률자문을 했던 제임스 허긴은 “투명하지 않은 불법행위”라며서 “미국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며 쓰레기를 우방에 내던진 셈”이라고 질타했다.

나치 전범 추적 전문기관인 로스앤젤레스 시몬 비젠탈 센터 창립자이자 소장인 마빈 하이어 라비는 “나치 전범이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연금을 받으면서 유럽이나 어느 딴 나라에서 호의호식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개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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