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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타산지석인 타이완의 생존법/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타산지석인 타이완의 생존법/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입력 2014-10-03 00:00
업데이트 2014-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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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도쿄 특파원
이석우 도쿄 특파원
“한국과 대륙(중국)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FTA)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한국과의 많은 경합 부분에서 더 어렵게 될 텐데….”

경쟁국 사이인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은 타이완 관가와 경제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최근 타이베이에서 만난 타이완 정부 관계자들은 “APEC 회의 때 체결 가능성이 높으며, 늦어도 연내에는 타결을 예상한다”며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타이완은 지난해 무역액 303억 달러로 우리의 6대 교역국이다. 2011년 35억 달러, 2013년 10억 7000만 달러 등 우리는 지속적인 흑자를 거둬 왔고, 한 해 54만여명을 웃도는 타이완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이란 블랙홀의 흡입력 앞에서 어떻게 경제적, 전략적 자존과 독립성을 유지해 나갈지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경제적 의존성이 전략적 자유와 생존 공간을 좁히고, 취약성을 높인다는 우려와 초조감이 두 나라 대중 전략의 고민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중국의 압박 속에서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들과 국교 없이 비공식 관계만 유지하는 타이완이 국가단위가 아닌 경제체들의 만남의 장인 APEC을 어떻게 국제적 네트워크와 활동 공간을 넓히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11월 베이징 APEC 회의에서 아·태 지역에서의 타이완의 역할과 기여를 부각시키려는 결의와 노력은 인상적이다. 방문 중에 만났던 루시아 린 차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초융합적인 경제환경에 맞는 인재양성과 시장지향적 기술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설명했다. 타이완이 APEC 회원국들과 성과를 공유해 나가기 위한 틀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도 소개했다.

농업위원회 천바오지 위원장은 곡물 수확에서 저장·가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30%가량의 유실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이를 동남아 등 APEC 지역국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전했다.

대기업 의존형인 우리와 달리 중소기업이 수출과 경제의 축인 타이완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와 대학들이 나서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인재 및 정보 소통의 틀을 구축하며, 중소기업의 환경적응 능력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30대 기업 가운데 28곳은 부진에 빠졌고, 1, 2등 기업도 불안한 미래를 맞고 있다”는 우리에게 유연한 적응력과 단단한 내구력을 가진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생존을 위해서라도 벤치마킹해야 할 참이다. 동남아 등 지역에 대한 기여와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생존 공간을 넓히고, 정보와 네트워크의 공유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국가의 활력을 높이는 타이완의 생존 전략은 거대 이웃의 부상 속에서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출범 초 정부가 외쳤던 ‘정부3.0’과 ‘창조경제’가 껍데기만 남은 것은 아닌지, 일방적인 대기업 의존형 경제가 얼마나 더 유효할지, 지속 가능한 국가 번영의 전략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숙고할 때다.





jun88@seoul.co.kr
2014-10-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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