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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추홀] 하루 5명 태운 셔틀 기사 “금 90개 따면 뭐가 좋나”

[여기는 미추홀] 하루 5명 태운 셔틀 기사 “금 90개 따면 뭐가 좋나”

입력 2014-10-02 00:00
업데이트 2014-10-0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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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려고 하는 대회라지만 너무하는구먼. 오늘 승객 다섯 명 태웠어.”

며칠 전 경기장에서 메인프레스센터를 오가는 셔틀버스 기사가 툭 던진 말이다. 당시 버스 승객은 달랑 한 명. 그날 하루 45인승 버스를 몰고 다섯 번 왕복했는데 이용한 사람이 고작 다섯 명이란 뜻이다. 그 기사는 “외국 기자들을 위해 셔틀 운행을 안 할 수는 없고, 상황에 따라 승객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이른바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의 가장 큰 목적은 국위선양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이 정도 뭉칫돈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알리는 것이다. 이 탓에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나라들이 국제대회 유치전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해 2조 5000억원을 투입한 인천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35.7%로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제일 높다. 아시안게임 뒤 채무비율이 40%가 넘어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위기 지방자치단체’로 지정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일 금 소식이 들리지만 아쉽게 금을 놓친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무성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국민들은 오히려 무관심과 열악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선수 개인에게는 메달의 색깔이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금메달 하나 더 딴다고 국위선양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국민들은 꿈을 이뤄가는 젊은 선수들의 정직한 땀에 감동할 따름이다.

전쟁 뒤 폐허를 딛고 가난을 털기 위해 밤낮없이 땀을 쏟던 시절, 머나먼 땅에서 들려온 금 소식은 국민에게 힘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회에서 금·은·동이 만능인, 그런 시대는 아니다. 빈 차로 다시 출발해야 하는 기사는 이렇게 읊조렸다. “대회 열고 금메달 90개 따면 뭐가 좋아지나.”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4-10-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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