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빅경기이긴한데 광고는 안팔리고…아시안게임중계 딜레마

빅경기이긴한데 광고는 안팔리고…아시안게임중계 딜레마

입력 2014-09-30 00:00
업데이트 2014-09-30 13: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방송 3사 “광고 판매 기대 이하 수준”…시청률마저 낮아 “인기종목 위주 중계” 비난 속 방송사고도 잇달아

특수는커녕 손해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중계한 지상파 방송 3사의 표정은 밝지 않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하면서 나름대로 흥행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흥행도 안됐고, 광고도 안 팔렸다.

광고와 상관없이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파는 아시안게임을 중계해야하지만 ‘장사’가 생각보다 너무 안 돼 속앓이를 하고 있다.

KBS 고위 관계자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다 ‘인기 종목 위주로 중계한다’ ‘경기도중 중계를 끊었다’ 등의 비난도 나오고, 어이없는 자막 실수와 이름값을 못하는 스타 해설자들의 말실수도 잇따르면서 이래저래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손해

인천 아시안게임 광고판매 부진은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 흥행 실패에 이은 것이라 방송 3사 입장에서는 더욱 타격이 크다.

앞서 브라질월드컵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시차가 12시간 발생하는 ‘악조건’인데다,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방송 3사의 적자가 수백억 원에 달했다.

당시 SBS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약 7천500만달러(약 763억원)를 주고 중계권을 확보, KBS와 MBC에 되팔았다. 3사는 각각 4:3:3(KBS:MBC:SBS) 비율로 중계권료를 지불했다. 각사는 이 중계권료에 프로그램 제작비도 보태야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적게는 200억에서 많게는 5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방송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중계료는 약 1천100만달러(110억 원)다. KBS는 45억원, MBC와 SBS는 33억원을 지불했다.

이번 대회는 중계 시차는 없지만 종목이 방대하고 대다수가 비인기종목이라 광고 판매는 시원치 않았다. 기대했던 박태환이 금메달 사냥에 실패해 대회 전체의 분위기가 ‘붐 업’되지도 못했다.

KBS와 MBC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천아시안게임 광고 판매율이 저조하다고밖에 말씀드릴 게 없다. 브라질 월드컵과도 비교가 안되고 전반적으로 실적이 안 좋다”고 밝혔다.

이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분위기도 침체된 상황에서 이번 대회 광고 판매 재원도 별로 크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잘 안 팔린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자체적으로 광고를 판매하는 SBS도 사정은 마찬가지. SBS 관계자는 “광고판매율이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 비해 여러 상황이 안 좋은 것도 있고 국민적 관심도 낮다”고 덧붙였다.

◇ “비인기 종목 홀대” vs. “채널 선택권 무시”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라 다른 대회보다 방송사들이 경기 중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인기종목 위주로 편성을 하는 게 사실. 그러다보니 비인기 종목을 홀대하고, 금메달이 아니면 중계 도중 끊어버린다는 등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적으로 지난 23일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거머쥔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은 TV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이길지 질지도 모르고, 수영이나 체조처럼 짧게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장시간 중계를 해야하는 까닭에 방송 3사 어디도 중계를 하지 않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반면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야구경기의 경우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피같은’ 주말 예능과 드라마를 희생하면서까지 생중계를 해 대조를 이뤘다. 그에 ‘화답’해 지난 27~28일 주말 이틀간 펼쳐진 야구 경기의 시청률은 모두 20%를 넘었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기 중계 시청률이 단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5% 미만도 부지기수인 상황. 지금까지 중계한 경기중 최고 시청률은 박태환의 경기로 26.4%까지 찍었지만, 수영의 특성상 중계 시간은 기껏해야 수분에 머문다.

이처럼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면서 때아닌 ‘전파낭비’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예전같으면 두세개 채널에서 한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면 전파낭비라고 비난했던 시청자들이 이번에는 정규프로그램을 결방하고 복수 채널에서 같은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면 채널 선택권을 무시했다고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 흥행이 안되는 게 방송사들이 달려들어서 공격적으로 중계를 안하는 탓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관심이 떨어지니까 여러 채널에서 같은 경기를 중계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 자막실수·해설자 진행 미숙 등 논란

이런 상황에서 매끄럽지 않은 중계에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지난 24일 KBS 1TV는 남자 접영 100m 결승 중계에서 한국 대표팀의 장규철을 소개하면서 일장기와 일본의 영문 약자인 ‘JPN’을 자막으로 내보냈다.

이어 25일에는 SBS TV가 여자 배구 한일전 하이라이트 방송에서 ‘대한민국’을 ‘대한일본’으로 잘못 표기했다. 해당 자막은 수분 지속되다 ‘대한민국’으로 수정됐다.

SBS TV는 또한 이날 남자 축구 16강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를 중계하다 골을 넣은 한국 대표팀의 박주호를 소개하면서 홍콩 국기와 함께 홍콩의 영문 약자인 ‘HKG’를 자막으로 처리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자막 사고 장면을 캡처해 방송사들의 미숙한 중계를 지적했다.

여기에 방송사들이 앞다퉈 영입한 스타 해설자들의 진행 미숙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찬호, 이승엽, 이종범 등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대거 해설자석에 앉았지만 캐스터와 호흡이 안 맞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 빈축을 샀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스타 해설자라는 사람들의 진행이 너무 미숙해 채널을 돌리게 됐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SBS 관계자는 “지상파로서 빅 이벤트를 중계해야하는 의무가 있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을 다해야하는 게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손해가 누적된다면 좀더 지혜로운 방법을 찾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