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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비상구 찾아라] <5> 건설산업

[한국기업 비상구 찾아라] <5> 건설산업

입력 2014-09-24 00:00
업데이트 201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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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공사 끝내니 되레 50억 적자”… 상장사 절반 이자도 못 내

돈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건설사. 줄도산 공포에 떠는 건설업계. 공공공사를 포기하고 담합 제재에 잔뜩 움츠러든 대형 건설업체.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 건설업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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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가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중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의 한 대형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주택건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국내 투자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가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중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의 한 대형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주택건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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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준공한 A건설 ○○현장 아파트건설공사. 이 현장은 공사기간 3년 내내 적자에 시달렸다. 707억원짜리 공사를 757억원에 끝냈다. 이익은 고사하고 50억원을 손해보고 겨우 공사를 마쳤다. 다른 B건설 ○○현장 도로공사. 1000억원에 낙찰받아 실행 공사비만 1167억원이 들어갔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다른 업종 같으면 밑져가면서까지 물건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돈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업종이 건설업이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회원사(9812개)의 경영분석(재무제표 분석) 결과를 보면 건설업이 위기에 처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매출액은 205조 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 증가했다. 매출액 통계는 국내는 물론 해외공사에서 벌어들인 매출까지 더해 잡힌다. 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최근 몇 년간 해외건설 공사 수주가 뒷받침됐고 분양수입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외건설 매출액은 56조 8000억원으로 13% 증가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성장성은 소폭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순이익이 급감하고 수익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해 경영환경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건설업체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9%로 전년의 3.2%보다 1.3% 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액 순이익률은 전년도 0.4%에서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1.0%로 떨어져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89년 경영분석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수익성 악화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져 마이너스 1.1%로 떨어졌다. 상장 건설사 128개사 중 절반에 달하는 55개사는 이자 보상 비율이 100%를 밑돈다.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다는 의미다.

업계가 건설업의 어려움을 부각하기 위해 과장 발표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지만 건설업 경영분석은 건협이 작성해 통계청의 승인을 받아 발표한다는 점에서 신뢰받는 통계이다.

마이너스 경영의 주범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 물량의 감소와 미분양 아파트 증가, 착공하지 못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아파트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이다.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최저가·실적공사비 확대 등에 따른 공사 수익구조 악화도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정성 지표도 당연히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차입금 및 선수금 등 부채총액이 증가해 전년보다 3.8% 포인트 상승한 147.5%를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도 전년의 24.6%에서 25.7%로 상승했다. 유동비율은 부채 증가, 재고자산 감소로 1.7% 포인트 하락한 138.3%로 나타나 안정성이 크게 나빠졌다.

수익성 악화는 부도 공포로 이어진다. 지난 6월 성원건설이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 폐지(파산) 신청을 했다. 두 달 전 벽산건설의 파산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형 업체가 역사에서 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국내 건설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 건설사 상위 100개사 중 25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거쳤다. 아직도 10개 업체(쌍용·벽산·극동·남광토건·동양건설산업·한일·LIG·우림·STX·남양건설)가 법정관리 중이다. 워크아웃 업체도 7개(경남기업·고려개발·진흥기업·삼호·동문건설·신동아건설·동일토건)나 된다.

부도 공포에 시달리는 업체는 중견기업(11~100위권)이 대부분이다. 올 상반기 10대 건설사는 매출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지만 중견기업의 매출은 떨어져 수주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어느 업종이든지 상위 몇몇 업체가 업계를 선도한다. 건설업계는 ‘10대 건설사’가 있다. 이들이 주요 공사를 따내고 전문 공정을 나눠 중견업체들에 하도급을 주는 형태를 띤다. 하지만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잔뜩 움츠리고 있다. 공공공사 경쟁입찰이 유찰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숨을 죽인 이유는 담합이란 눈초리 때문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벌인 4대강 사업 부작용의 불똥이 건설업체로 튄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다른 공사에서 일어난 담합에 대한 처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4대강 사업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대표는 “국책사업이라고 대형 업체들이 구간을 나눠 적극 참여하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담합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4대강 사업 담합 문제는 단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대형 업체들이 외국에서 어렵게 일구어 놓은 일감마저 자칫 잃어버릴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의 담합 조사 및 처분 사실에 대한 부정적 보도와 경쟁 업체들의 흑색선전으로 해외 발주기관들에 불신을 심어주고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외국 발주 기관들이 국내 대기업의 담합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실관계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담합 공포는 대형 공공공사 수주에 뛰어들지 않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공사는 예정가의 70%대에 낙찰되는 경쟁입찰로 붙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담합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내삼 건협 부회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는 데다 담합과 관련한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는 현상”이라며 “담합에 대한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4-09-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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