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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추홀] 유니폼 입고 일사불란하게…선수단 같은 기자들

[여기는 미추홀] 유니폼 입고 일사불란하게…선수단 같은 기자들

입력 2014-09-19 00:00
업데이트 2014-09-1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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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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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과 똑같이 단복을 차려입은 북한 기자들이 18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북한선수단 입촌식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선수단과 똑같이 단복을 차려입은 북한 기자들이 18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북한선수단 입촌식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8일 아침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아시아드 미디어빌리지 식당 앞. 15명 정도로 보이는 북한 기자들이 줄을 맞춰 걷다시피 했다. 머리를 붉게 물들여 파마한 젊은 기자도 눈에 띄었고 단정한 옷매무시의 여기자도 보여 개방의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규율에 옥죄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눈에 더 도드라지는 건 복장이었다. 죄다 붉은색 상하의에 등에는 붉은 글씨로 ‘DPR Korea’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었다. 취재진이 이렇게 통일된 복장으로 숙소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는 쉽지 않았다.

이들은 오전 10시 미디어빌리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중국, 예멘 등과 함께 치른 자국 선수단의 입촌식을 취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식 행사장이었던 만큼 옷차림은 운동복에서 정장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선수단복과 똑같은 점이 또 눈에 들어왔다.

군인이 아닌 자원봉사자의 손에 의해 인공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퍼졌다. 선수들이 따라 부르자 뒤쪽에 있던 기자가 화들짝 달려가 카메라에 담았다. 한 방송 기자는 연단 위에 먼저 자리잡은 각국 취재진이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카메라를 옮기라고 하자 당황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행사 진행이 안 된다며 선수단에게서 물러서도록 당부하자 북측 취재진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중국이나 한국 취재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기자는 이들과 미디어빌리지 같은 동에 묵고 있어서 들고 날 때마다 얼굴을 마주친다. 그런데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외면하기 일쑤다. 서로 어색하게만 여겨져서일 것이다.

촌스러운 존재라는, 우리 눈과 뇌에 박힌 이미지로만 그들을 바라보면 곤란할 것이다. 백두산만 찍어 온 사진작가가 얼마 전 “우리 민족은 지지리도 못난 민족”이라고 개탄한 것이 떠오른다. 서로 못난 구석을 지적하면 한도 끝도 없다. 한 핏줄을 나눈 형제라면 이제 서로의 흠결만 찾는 못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2014-09-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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