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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중국이 G2가 될 수 없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이 G2가 될 수 없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입력 2014-09-18 00:00
업데이트 201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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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이 ‘해외 기업 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며칠 전 불공정 거래 등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아우디와 크라이슬러에 3억 위안(약 50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 12곳에 12억 위안, 작년에는 삼성·LG디스플레이 등 대형 액정패널 생산 6개사에 3억 위안이 넘는 벌금 폭탄을 각각 퍼부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대해서도 반독점 위반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 기업은 법정에 가더라도 승산이 거의 없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경고 서한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는 등 강력 대응함에 따라 또다시 미·중관계가 급랭하는 양상이다.

중국 유일의 전국망을 갖춘 관영 중앙방송(CCTV)이 해마다 ‘소비자의 날’(3월 15일)을 맞아 내보내는 고발 프로그램의 단골 희생양은 해외 기업들이다. 올해 방송된 CCTV 프로그램은 일본의 니콘 카메라를 정조준했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미성년자의 노동을 착취하고 애프터서비스(AS)에 문제가 있다고 고발돼 굴욕을 당했다. 폭스바겐도 변속기 문제로 38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2012년에는 월마트와 카르푸, 맥도날드, KFC 등도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홍역을 치렀다. 2011년 금호타이어도 고무 배합비율 문제로 중국 법인장이 CCTV에 나와 관련자 해임 사실을 밝히고 공개 사과했다.

중국이 외국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자동차와 정보기술(IT)산업은 중국이 중점 육성하는 분야다. 자동차 분야는 핵심 부품의 수입을 어렵게 해 해외 기업의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퀄컴 조사는 중국 4G서비스 확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특허기업 인터디지털이 로열티를 대폭 깎아주자 중국이 반독점 조사를 끝낸 사실로 미뤄볼 때 통신 업체의 특허료를 깎으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반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3개 정부 부처(발전개혁위와 상무부,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가 실적을 올리기 위한 ‘과잉 경쟁’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환보유고액이 4조 달러(약 413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에는 돈이 흘러넘치는 마당에 외자 유치에 목맬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손사래를 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반독점 조사는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외국 기업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한 표적 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사업은 이제 끝났다”는 말을 부쩍 많이 내뱉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중국 현지의 한 외국 기업인은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판에 이런 상황까지 닥치고 보니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아니면 중국의 악의적인 공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대한 시장을 미끼로 세계의 돈과 기술을 빨아들여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이 지금 국내 시장 탈환을 위해 해외 기업의 숨통을 죄는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현실화해 나가는 모양새다. 이런 식으로는 중국이 결코 G2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khkim@seoul.co.kr
2014-09-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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