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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탄 쏜다며 실탄 두발 쏜 경찰…과잉대응 논란

공포탄 쏜다며 실탄 두발 쏜 경찰…과잉대응 논란

입력 2014-09-02 00:00
업데이트 201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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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도 없이 출동 등 규정 위반…경찰 “급박한 상황 불가피”

경찰이 휴일 아침 주택가에서 흉기난동을 부린 여성에게 곧바로 실탄 두발을 발사해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실수였다고 주장했지만 공포탄을 쏘지 않았고, 출동할 때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을 소지해야 한다는 기본 규정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7시2분께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가에서 남태령지구대 소속 김모 경위는 양손에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A(30·여)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실탄 2발을 발사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10조 4항에 따르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제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A씨가 양손에 34.2cm 길이의 흉기를 들고 소리 지르며 쫓아오자 뒷걸음치던 경찰관이 넘어지는 등 급박한 상황이라 방어 차원에서 실탄 사용이 불가피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그러나 총을 쏘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9조를 보면 사람을 향해 총을 쏠 때는 미리 구두 또는 공포탄에 의한 사격으로 상대방에게 경고해야 한다.

김 경위도 이에 따라 “흉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쏜다”고 수차례 구두 경고한 다음 공포탄을 쏘려고 했지만, 실제로 김 경위의 총에서 나간 것은 실탄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김 경위의 총에는 공포탄 한 발과 실탄 두 발이 장전돼 있었다”며 “총을 쏠 때는 방아쇠를 한 번에 당겨야 하는데 머뭇거리면서 반쯤 눌렀다가 뗐고 이때 실린더가 돌아가 방아쇠를 당겼을 땐 실탄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총기의 이런 특성을 몰랐다”며 “자체 실험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고 변명했다.

25년차 베테랑 경찰이었던 김 경위를 비롯해 경찰 전체가 총기사용법조차 제대로 몰랐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첫 번째 사격이 실탄이 아닌 공포탄이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경찰장비관리규칙상 공포탄은 공중에 쏘게 돼 있는데 경찰은 A씨의 오른쪽 쇄골을 겨냥했다. 조금만 방향을 틀었더라도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경찰은 이미 총을 맞은 A씨에게 이번에는 실탄인지 알면서 다리를 조준해 또다시 사격, 양다리에 관통상을 입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경사진 곳이라 아래쪽에 있던 김 경위가 위를 향해 쐈는데도 A씨의 몸에 맞았다” “A씨가 총을 맞고도 계속 움직이면서 위해를 가해 두 번째 사격을 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만 내놨다.

출동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경찰청 지시사항에 따르면 2인 1조로 출동할 때 한 명은 테이저건이나 가스총을 소지해야 하지만, 이날 출동 경찰 2명 모두 테이저건 등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아침식사 때 신고가 들어와 지구대에 있던 경찰관들을 급히 출동시키는 바람에 테이저건을 가진 경찰을 미처 내보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현재 김 경위에 대해 총을 쏜 정확한 경위 등을 감찰 조사 중이다.

A씨는 병원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우울증 등을 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신적으로 안정된 후에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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