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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용 해수욕장 만들었더니…일어난 일이

여성 전용 해수욕장 만들었더니…일어난 일이

입력 2014-08-31 00:00
업데이트 2014-08-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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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중해 휴양지인 터키 안탈리아에 처음으로 들어선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두고 터키에서 이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동 전문 매체인 알모니터는 30일(현지시간) 안탈리아 사르수에 지난 16일 개장한 터키 첫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둘러싸고 빚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만큼이나 뜨겁다고 소개했다.

터키의 주요 건국이념인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측에서는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이 해수욕장이 이슬람에 뿌리를 둔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세속주의 정책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열성 세속주의자들은 안탈리아 시가 종교적 동기로 이런 해수욕장을 개장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알모니터의 세미흐 이디즈 칼럼니스트는 전했다.

안탈리아는 전통적으로 터키의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따르는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텃밭이었으나 지난 3월 시장 선거에서 정의개발당 후보가 승리한 것도 이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케말리스트’라고도 불리는 세속주의자들은 이 해수욕장이 정의개발당 정부의 이슬람주의 정책을 강화한 최신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지역 시민단체인 ‘안탈리아 국민의 집’ 회원들이 논란이 된 해수욕장 인근의 다른 해수욕장에서 여성 전용 해수욕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남녀 회원들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안가에서 함께 춤을 추다가 손을 잡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 단체의 아이텐 제이한 대변인은 “여성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가 아니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남녀를 분리하는 정책을 버스나 다른 공공장소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멘데레스 튜렐 안탈리아 시장은 해수욕장 개장식에서 여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시 당국은 개인의 생활관습에 관여하거나 개인의 뜻과 반대되는 정책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세속주의자들도 이 해수욕장은 이슬람의 남녀구별 교리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긍정적 차별이라고 동조했다.

공화인민당 빈나즈 토프락 의원은 최근 트위터에 “여성 전용 해수욕장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남자들로 둘러싸인 바다에 들어가길 꺼리는 여성을 위한 해수욕장이 있으면 안 되는 건가”라고 썼다.

토프락 의원은 이 글을 남긴 직후 열성 세속주의자들로부터 이슬람주의자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정의개발당 측에서는 케말리스트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디즈 칼럼니스트는 터키의 해수욕장에서는 여성의 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남자들의 성희롱 문제가 있어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여성 전용 해수욕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간지 휴리예트는 지난 수요일자 르포 기사에서 해수욕장이 여성들로 붐볐고, 이슬람식 전신 수영복에서 비키니까지 다양한 수영복을 입거나 심지어 한 여성은 상의를 벗고 수영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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