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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잃은 KB국민은행

좌표 잃은 KB국민은행

입력 2014-08-21 00:00
업데이트 2014-08-2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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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산기 교체 파문 석달… 현장 방문에도 곱지 않은 시선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하반기 영업 개시일인 지난달 1일 국민은행 서울 사당로지점을 깜짝 방문했다. 지난 5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홍이 불거진 이후 잠시 미뤄뒀던 영업현장 방문을 재개한 것이다. 이 행장은 사당로지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2곳의 점포를 방문했다. 이 행장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전파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다. 이 행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리딩 뱅크로 거듭날 수 있는 돌파구가 스토리 금융”이라고 강조했지만 일선 영업현장에선 이 행장의 이 같은 일상적인 행보조차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20일 “부모(임영록 KB금융 회장, 이 행장)의 부부싸움이 전국에 생중계되다시피 했는데 자식(행원)들이 공부(영업)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일선 영업점의 불만은 대다수 이 행장의 ‘스토리 금융’에 집중돼 있다. 이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은행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가보다는 고객의 상황과 니즈(필요)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업점에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이상론”이라는 불만을 쏟아낸다.

국민은행의 관계자는 “1년 단위로 실적을 평가받는 지점장이나 영업본부장에게 실적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민고객이 많은 국민은행의 성격을 감안,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서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스토리 금융은 대외 선전용”이라고 일축했다.

인사가 한 달가량 지연되면서 영업점에서 느끼는 영업력 누수도 상당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과 8월 초 임병수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이헌 서영업추진본부 부행장, 민영현 상품본부 전무, 박정림 WM사업본부 전무 등 임원들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속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점장과 일반 행원 인사도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거래 고객들에게 인사도 다녀야 하는데, 인사가 나면 곧 지점을 옮길 수도 있으니 선물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사 대상자인 행원들도 사실상 한 달 가까이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 ‘말년병’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0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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