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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제2의 크리스토퍼 힐’을 기다리기 전에/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제2의 크리스토퍼 힐’을 기다리기 전에/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4-08-02 00:00
업데이트 2014-08-0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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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청문회장.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증인으로 모처럼 한자리에 앉았다.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이 조용해졌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전략적 인내’ 정책이 효과를 못 보고 있는데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하냐. 평생을 기다려야 하냐?” 등 추궁이 이어졌다.

데이비스 대표는 “나는 우리 정책을 ‘전략적 인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전략적 불인내’라고 본다”며 대북 압박·제재를 지속할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킹 특사는 질문조차 받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이날 청문회는 3시간 일정이었으나 1시간 20분 만에 끝났다. 의원들한테도, 당국자들한테도 별다른 의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북한은 올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계속 쏘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서해 미사일 발사장 증축 공사도 진행돼 기존보다 더 큰 장거리 미사일을 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케리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4월 내가 중국을 방문한 이후부터 북한이 이전보다 조용해졌다”며 자화자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례적으로 규탄 성명을 낸 것과 비교할 때 안일한 대응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장관 등 미 지도부는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중동 문제와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에 매몰돼 북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오바마 정부 내 북한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조만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온다지만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지 W 부시 정부 2기에 북한을 드나들며 협상을 벌였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같은 행보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북한 문제는 과연 어느 나라에 가장 큰 당면 과제인가. 언제까지 움직이지도 않는 미국만 바라볼 것인가. 북한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밝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대북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어왔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면서 자연스럽게 ‘5·24조치’ 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의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한 소모적 줄다리기를 하면서 대북정책에서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 가까이에서 대북정책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군 출신”이라며 “3대 대북정책과는 거리가 먼 강경 일변도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6자회담과 남북회담을 주도해야 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윤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맡아 6자회담에 깊숙이 관여했고, 류 장관은 30여년 북한만 연구한 전문가다. 이들에게 힐 차관보와 같은 미국의 대북 협상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 대통령을 설득하고 북한과 대화하라고 말한다면 무리일까. 출범 2년 차인 박근혜 정부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야 남북 간 신뢰를 만들 수 있다.

chaplin7@seoul.co.kr
2014-08-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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