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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논인데”…쌀시장 전면 개방에 ‘성난 농심’

“자식 같은 논인데”…쌀시장 전면 개방에 ‘성난 농심’

입력 2014-08-01 00:00
업데이트 2014-08-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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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귀농민 논 갈아엎어…1시간 만에 ‘진흙 펄’

“자식처럼 애지중지 가꿔온 논을 갈아엎는 심정이 얼마나 참담한지 알기나 합니까?”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작렬한 1일 오전 강원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

1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의 논에서 한 농민이 정부의 쌀 전면 개방에 반발, 트랙터로 자신의 논을 직접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의 논에서 한 농민이 정부의 쌀 전면 개방에 반발, 트랙터로 자신의 논을 직접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20년차 귀농민 최중원(56)씨는 자신의 논을 트랙터로 직접 갈아엎었다.

지난 5월 15일 모내기 이후 두 달 넘게 애지중지 가꾼 자식과도 같은 논이었다.

트랙터가 논 한복판을 지나가면서 깊게 팬 바퀴자국만큼이나 최씨의 마음도 깊은 골이 생겨 짓이겨졌다.

자식 같은 논을 갈아엎는 내내 최씨의 얼굴에서 연방 흘러내린 것이 땀방울인지 눈물인지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20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30대 중반의 늦깎이로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최씨가 자신의 논을 직접 갈아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정부가 쌀시장 전면 개방 결정을 내리면서 최씨의 희망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농사를 짓지 말라는 해고통지서를 받은 것처럼 큰 충격이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오죽하면 내 손으로 심은 자식 같은 벼를 갈아엎을 생각을 했겠나”라며 “쌀값은 내가 처음 벼농사를 짓던 2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한데다 내년부터는 저가의 외국쌀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올 텐데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토로했다.

두 달이 넘게 정성 들여 가꾼 최씨의 논 0.26㏊(2천644㎡)는 불과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트랙터 바퀴에 너덜너덜 뭉개져 진흙 펄로 변했다.

쌀 전면 개방에 반발해 이날 열린 농민 투쟁 선포식에 참석한 전농 춘천시 농민회 소속 농민 20여 명도 안타까운 듯 한숨만 연방 토해냈다.

최승만 춘천농민회 부회장은 “지난봄부터 가뭄을 이겨내면서 힘들게 모내기하고 정성을 다해 가꾼 농민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자식 같은 논과 벼”이라며 “농부의 생명과도 같은 논을 갈아엎는 심정은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의 쌀 전면 개방 선언은 한국 농업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농정 대참사”라며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식량 주권을 지키고자 총력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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