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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진수’ 색다른 맛 뿜는 두 전시회

‘협업의 진수’ 색다른 맛 뿜는 두 전시회

입력 2014-07-30 00:00
업데이트 201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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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전 10월 12일까지, ‘…풍류의 탄생’전 9월 14일까지

‘컬래버레이션’(협업)은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이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채로운 생각을 보태는 묘미가 있다. 이달 말 개막한 두 전시는 컬래버레이션의 진면모를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 장르 안에서의 충돌과 과거 및 현재의 만남이 서로 다른 맛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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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굽과 말꼬리로 만든 장비를 쓰고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흉내내는 이형구 작가. 작가는 이를 영상에 담아 ‘메저’(Measure)라는 작품으로 발표했다.  플라토 제공
말굽과 말꼬리로 만든 장비를 쓰고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흉내내는 이형구 작가. 작가는 이를 영상에 담아 ‘메저’(Measure)라는 작품으로 발표했다.
플라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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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규 작가가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풍류’(風流·2014). 9세기 사상가 최치원은 풍류를 우리 정신 문화의 원형질인 유·불·선을 아우르는 사상이라고 정의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박원규 작가가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풍류’(風流·2014). 9세기 사상가 최치원은 풍류를 우리 정신 문화의 원형질인 유·불·선을 아우르는 사상이라고 정의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오는 10월 12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이어지는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난장’(場)이라 부를 만하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2001년부터 5회의 ‘스펙트럼’ 전시를 통해 배출한 작가 48명 중 7명과 이들이 추천한 신진 작가 7명이 어지러이 뒤엉켜 뒤죽박죽 풀어내는 현대미술의 향연이다. 이번 전시에선 김범, 그룹 미나와 사사, 지니서, 오인환, 이동기, 이형구, 정수진이 각각 그룹 길종상가, 슬기와 민, 홍영인, 이미혜, 이주리, 정지현, 경현수를 추천했다.

40대 후반의 이동기는 19살 차이의 이주리를 추천했는데 둘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다. 전시장에 나란히 걸린 이동기의 회화 ‘파워세일’은 세로 3.8m, 가로 8.4m의 화폭에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부터 북한 선전화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포괄한다. 반면 온통 흑백톤인 이주리의 회화 ‘검은 잔영’은 잔혹 만화를 연상시킨다. 두 작품 사이에서 이동기가 자신들의 공통점으로 꼽은 ‘감성적 회화’를 찾아내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리움 관계자는 “젊은 작가들이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추천해 만든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적 관점이나 학연, 지연 등의 친분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 자체에 대한 생각, 작품을 대하는 열정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현장에서 만나 다양한 현실 인식을 회화, 영상, 설치, 디자인, 퍼포먼스 등으로 풀어내며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최치원-풍류의 탄생’전은 ‘죽은 최치원(857~?)’과 현대 작가들의 협업이라 할 만하다. 최치원이 남긴 문집, 비문과 현판의 탁본, 영정에 이르는 옛 흔적들과 박대성, 박원규, 정종미 등 미술·서예·무용가들의 작품 100여점이 함께 전시된다. 1000년여 전 최치원의 흔적과 사상을 대변할 수 있는 모티브를 지닌 작품이라면 가리지 않고 한자리에 모았다.

예컨대 최치원의 입신양명과 좌절을 묘사한 서용선 작가의 목조는 신라 왕도였던 경주 삼릉 소나무숲을 담은 배병우 작가의 사진을 배경으로 전시된다. 또 입구에서부터 팝아트 계열 작가인 최정화의 서양식 기둥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한다.

예술의전당이 하 수상한 시절, ‘최치원’과 ‘풍류’를 앞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전당 측은 “풍류라는 이름으로 유불선사상을 아우른 역사적 인물이 바로 최치원”이라 답했다.

신분제의 벽에 막혀 꿈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당시 강력한 사회개혁안을 내세워 신라를 바꾸려 했다는 것이다. 뜻을 이루지 못한 그는 52세 때 신발만 남긴 채 가야산으로 들어가 신선이 됐다는 전설을 남겼다.

역사적 위인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기획전이다 보니 일반인의 이해를 끌어낼 만큼 쉬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7-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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