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지성(33)의 축구 선수 인생 마지막 경기는 유쾌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인 ‘팀 K리그’와, 박지성과 인연이 깊은 이들로 구성된 ‘팀 박지성’의 2014 K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박지성은 주장으로 선발 출전해 전반 30분에 교체돼 나갔지만 후반 12분 다시 ‘깜짝’ 투입됐다. 58분 동안 한국 축구 영광의 산증인들, K리그 스타들과 즐겁게 뛰었다.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박지성은 급하게 뛰고 나면 숨이 찬 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후배, 선배들과 함께 웃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경기 시작 전 가장 큰 목소리로 호명된 박지성은 전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언제까지나 지치지 않을 것 같던 체력은 다소 약해진 듯했다. 그러나 유럽 무대를 매료시켰던 볼터치와 감각적인 패스는 여전히 번뜩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공이 오면 빠른 판단과 간결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승부의 균형을 맞추는 골도 넣었고 소원대로 경기 최우수선수에도 뽑혔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역대 올스타전 5번째인 5만 113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은퇴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 박지성이 예상 외로 거칠게 공격을 퍼부었다. 전반 8분 강수일(포항)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전반 18분 정대세(수원), 20분 정조국(안산)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박지성뿐 아니라 이영표도 녹슬지 않은 돌파와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팀 K리그의 반격도 이어졌다. 심판으로 나선 하석주 전남 감독은 전반 27분 페널티 지역에서 박지성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팀 K리그의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이를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이근호(상주), 김신욱(울산)은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온 골을 재연하는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팀 K리그는 전반 30분 윤빛가람(제주)이 김병지(전남)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김병지는 과거 습관처럼 페널티 지역을 벗어나 드리블을 시도해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2001년 파라과이와의 A매치에서 페널티 지역을 벗어난 돌출 플레이를 계기로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의 눈에서 벗어난 아픈 과거가 있다.

　팀 K리그는 후반 6분 임상협(부산)이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 9분 이동국(전북)이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그러자 박지성은 후반 18분 승부를 4-4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26분에는 팀 박지성의 김현(제주)이 골을 보탰다. 골 세리머니로는 박지성에 대한 헹가래가 펼쳐졌다.

　팀 K리그는 1분 뒤 이동국이 그림 같은 다이빙 헤딩골을 넣어 다시 5-5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33분에는 이종호(전남)가 K리그의 전설로 통하는 은퇴한 골키퍼 최은성을 일대일 대결에서 제치고 골을 추가했다. 그러나 팀 박지성은 후반 39분 골대를 맞고 나온 박지성의 슈팅을 이천수(인천)가 쇄도하며 골문 안에 밀어 넣었다. 승부는 6-6으로 끝났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